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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山:門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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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진다. 공연장은 고요해지고, 관객은 숨을 고른다. 무대 위에는 불을 담는 대형 그릇과 크고 작은 원형의 싱잉볼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반원형 무대 위의 원형 카펫, 원형의 징, 원형의 대북. 순환과 회귀를 상징하는 이 형상들이 관객의 상상력을 조용히 자극하는 사이, 첫 번째 소리가 시작된다. 6월 5일과 6일,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 10주년을 맞아 열린 ‘국악위크’ 무대 〈사이...소리...숨...>은 그렇게 시작됐다. 음악가 원일이 기획·연출·작곡을 맡은 이 공연은 ‘사운드 리추얼 앙상블(Sound Ritual Ensemble)’이라는 낯선 형식을 표방했다. ‘화려한 연주’도, ‘창작곡 발표’도 아니었다. 소리가 생성되고 울리고 사라지는 그 과정 자체를 관객과 함께 의식(儀式)으로 치르는 무대였다. 달아나는 사람원일이라는 이름 앞에는 늘 수식어가 붙는다. 피리와 타악 연주자, 작곡가, 지휘자, 연출가, 영화음악감독,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음악감독. 전국체전 개·폐막식 연출 등등. 그러나 그가 가장 자주 쓰는 단어는 따로 있다. ‘달아난다.’ 그리고 ‘차이(差異).’  ❝포획되지 않고 달아나서 거기서 벗어나 다른 걸 할 수 있는 능력, 이게 나한테 중요합니다. 특히 전통은 재현이 중심이 되는 음악일 수밖에 없어요. 전승과 전통 자체가 장악하는 힘이 워낙 큰 장르인데, 거기서 벗어나면서도 그 중심을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은—그런 영역에서 늘 살아온 사람이에요 나는.❞그가 작년에 만든 사업자 이름도 ‘다라나(DARANA)’다. ‘달아난다’의 연음이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도주선(ligne de fuite)’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들뢰즈가 말하는 도주는 도망이 아니다. 기존의 포획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능동적 운동이다(지난 4월 원일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문예북흥’ 시리즈에서 <질 들뢰즈, 괴물의 사유>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원일은 앙상블 ‘바람곶’을 정리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에 합류하던 시절, 남산 인근 인문학 강학원에서 명리학을 공부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철학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물론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99년에 이미 김지하 시집을 읽고 22분짜리 곡을 썼고, 동학사상에서 창작의 근거를 찾았고, 존 케이지의 작품 <4'33">에서 침묵이 빚어내는 소리에 깊이 매료되었다.  10년간 국제영성음악제인 화엄음악제의 총감독을 지내기도 한 그에게 이러한 탐구 여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니체의 철학에서 받은 영감은 ‘디오니소스 로봇’이라는 예술적 실천으로 이르게 된다.  ❝니체의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났고 니체 책은 결국에는 작품까지 갔죠. 그 작품의 제목이 디오니소스 로봇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2022년도에 통영국제음악제 위촉으로 초연을 했어요. 백남준 선생을 디오니소스 로봇으로 보았습니다(웃음). 작년 가을까지 프랑스 영국 등 세계 11개국에서 계속 공연을 했고 올해 12월에 다시 가장 적은 인원 버전으로 하게 됩니다. 그게 저한테는 책을 읽고 나서의 영향, 저를 뼈 때린 후에 저의 리액션으로서의 작품이었죠.❞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철학을 만나면서 정당해지는 게 있어요. 나 혼자서는 공허한 진리가 되기 쉬웠던 것들에 철학적 언어가 붙는 순간—그 설득력이 달라지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냥 계속 해왔던 것 같기도 해요.” 시나위, 개념으로 불러내다‘시나위’를 말하지 않고 원일을 이야기하는 건 홀연 그 맥락을 잃는다. 그가 오래도록 붙들어온 핵심 개념인 시나위는 전통 음악 양식으로서의 시나위가 아니라, ‘창작하는 연주자’들의 음악 원리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예술 철학 개념으로서의 시나위다. 그는 여기에 ‘신·아·위(神·我·位)’라는 개념을 덧대었다.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자아가 생성하는 영성이 살아있는 음악을 창조한다고 믿는 그의 신념이 응축됐다.   ❝연주자 중심의 창작—그게 나의 콘셉트에요. 작품이 연주될 때마다 깨어 있는 연주자의 해석과 콘셉트에 따라 이전과는 또 다른 음악이 될 수 있도록, 열린 구조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나의 ‘시나위-하기’입니다. …… 작가가 자기 안에 있는 것을 정당하게 드러내는 것, 그게 시나위죠. 음악 행위를 통해 결국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영성, 신명, 흥 같은 내면의 에너지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예요.❞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동안 그는 이 개념을 오케스트라 전체에 실험했다. 악보를 받아 연주하는 단원이 아니라, 스스로 창작하고 반응하는 연주자로서의 단원. 음악평론가 이소영은 이를 두고 “자생성을 잃고 죽어가는 음악을 ‘음악-인간-세계’라는 홀리스틱(holistic)한 관계성 속에서 다시 살렸다”고 평했다. 오케스트라와 시나위, 지휘자와 즉흥이라는 모순처럼 보이는 조합을 현실로 만들어낸 실험이었다.그렇다면 이번 <사이...소리...숨...>은 그 실험의 어디쯤에 놓이는가. 들뢰즈의 리좀(rhizome)은 수평적 생성의 철학이다. 중심 뿌리 없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식물의 구조처럼, 위계도 지시도 없이 각 지점이 서로 연결되며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생성된다.  “리좀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고 사이의 존재이고 간주곡이다.”— 들뢰즈·가타리, 『천 개의 고원』원일은 변신이 일어나는 ‘사이의 지대’에 주목하고 공연을 설계했다. 최소한의 약속만 주어진 열린 구조 안에서, 그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피어났다. 상호 얽히고 생성하며 그리고 사라졌다. 그것이 이 공연의 본질이었다. 소리의 숲을 일구다이번 공연의 출발점은 명진스님의 싱잉볼 소리였다. 원일은 작업실에서 싱잉볼 소리를 듣다가 “진짜 내 몸이 다 울렁울렁 하는” 경험을 했다. 그 순간, 원일은 그때까지와는 다른 무대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도깨비 풍류’를 오래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건 또 너무 예측 가능한 원일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사운드 리추얼’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하게 됐어요. 들뢰즈도 ‘생성은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하잖아요.❞공연 이름 ‘Cy_樂’은 중의적이다. 사이(間), 사이클(Cycle), 사이버(Cyber) - 전통과 현재, 가상의 층위를 가로지르는 동시대적 의례의 장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공연 구조는 ‘열림-흐름-공명-전환-머묾-회귀’의 여섯 단계로 설계됐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는 ‘칠흑’ 장면도 있다(하나의 감각을 제거함으로써 나머지 감각을 극대화한다는 발상은 예술의 영역에만 있지 않다. 1999년 취리히에서 문을 연 암흑 레스토랑 ‘Blindekuh’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의 식사를 통해 미각과 촉각을 극대화하는 경험을 상시 제공하고 있다). 재현되는 전통 악곡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초연이고, 즉흥이 섞여 있다.공연에는 원일의 피리·타악·사운드 메이킹을 비롯해 성악 김보라, 거문고 황진아, 생황 한지수, 그리고 명진스님의 싱잉볼이 함께했다. 이들은 저마다 색깔이 뚜렷한 창작자들이다. “소리보다는 이 사람들 자체를 주목해왔어요. 이번에 처음 함께하는 분들이고, 그 의외성이 묘한 화학 작용을 했죠.” 이번 조합은 의도적으로 낯선 ‘사이’를 만들어내는 선택이었다.  ❝모두가 창작자이면서 연출자이면서 감독이기도 해요. 창작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나에게 국악은 뭐지? 전통은 뭐지?’라는 질문과 탐구의 과정, 그 결과물이죠.❞ 듣는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은 낯선 시간 속에 놓였다. 다큐멘터리 의 녹음기사인 김창훈이 DMZ 도피안사에서 채록한 빗소리와 범종 소리, 덧대어지는 타악, 숨을 타고 나오는 몸의 소리, 거문고의 무겁고 낮은 공명, 들숨과 날숨으로 지속되는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생황의 소리… 이 소리들은 서로 얽히고 공명하며 침묵과 소리와 음악의 경계,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교차했다.명진스님은 싱잉볼 하나가 울리고 사라지는 잔향 속에서 조용히 말했다.  ❝소리는 지나갑니다. 소리는 지나가지만, 소리를 들은 나는 남아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 존재합니다.❞원일은 이 공연의 핵심 키워드를 ‘알아차림’이라고 말한다. 리추얼의 본질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체험하게 하는 거죠. 뭘?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걸 알아차리게 하는 것. 그걸 위해 하는 거예요.❞공연을 본 한 관객은 “물리적으로 숲속에 내가 있다는 느낌을 정확하게 받았다”고 했고, 또 다른 관객은 “우주에 있다면 바로 이런 소리가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역동적인 명상을 경험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고요하지만 불덩이가 가슴을 치는 감각. “진흙탕에서 신음하는 정체불명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특별한 음향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크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었다. 증폭이 멈춘 자리에 찾아온 정적은 소리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생태계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에 가까웠다. 연주자의 손끝과 입술에서 발생한 파동이 객석의 숨결과 섞여 사라지는 찰나의 ‘사이’를 공유하는 순간, 관객은 구경꾼에서 의례의 공동 주체로 전환된다. 원일은 소리를 재현하는 대신, 소리가 생성되는 현장에 관객을 직접 끌어들이고 오직 ‘지금, 여기’라는 날것의 감각 속으로 관객을 밀어 넣는 설계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질문이기도 했다. “지금, 이 소리와 함께 존재하는 나의 호흡은 어떠한가.” 그것은 단지 음악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리추얼이었다. 원일이 이 공연 콘셉트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처음 실현하고자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는 통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빛과 소리, 이 두 가지로 승부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특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 콘셉트와도 딱 맞고요.❞ 10주년, 차이를 만드는 자리서울돈화문국악당이 원일에게 의뢰한 것은 약 9개월 전이었다. 개관 1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시점, 국악위크라는 기념의 자리에 그를 부른 이유를 원일은 이렇게 해석했다.   ❝차이를 원했을 것 같아요. 다른 극장이라면 명인전 공연이 상식적일 수도 있는데, 돈화문국악당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차이를 둘 수 있다고 생각하셨겠죠.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는 전적으로 나한테 맡기셨어요.❞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사업총괄이사 김영신 역시 “예술가의 예술 세계를 믿고 따라간다”며 기대를 표했다. 두 차례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원일은 이 콘셉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 음악의 영성, 요가와 명상 수요 증가,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돈화문국악당의 위치 등 상설 공연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음악을 잘한다는 것을 내세우는 공연이 아니라, 소리 자체가 가진 치유력으로 관객과 만나는 공연이죠.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함께 경험하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간절함이라는 연료원일은 새벽 3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고 했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생각하고, 소리를 구상한다. 예순을 앞둔 나이에도 그는 젊은 창작자들과 경쟁하고, 처음 만나는 다섯 명과 아무도 가보지 않은 무대를 만든다. 인터뷰 말미에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명했다.  ❝나는 항상 간절해요. 신비의 순간을 만들고 싶죠. 공연장의 불이 꺼지면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설레게 해줄 무언가가 눈앞에서 벌어지길 바라죠. 나는 잘 감동합니다. 누군가의 불안함이나 진심이 느껴지면 그냥 눈물이 나요. 이런 감정을 관객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건 간절해야 가능하거든요. 늘 간절함. 터뜨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광기도 있고요…. 후배 예술가들에게도 늘 말합니다. 살아남아야 한다고. 살아남고자 하는 그곳에 무기와 방법론과 간절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불이 꺼지면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기관의 자리도, 안정된 직함도 아니다. 오직 그 간절함 하나로 그는 계속 달아나고, 계속 생성된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지금도 하고 있고, 그것이 분명한 무언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때 가장 기쁩니다. 현장에 창작자로 산다는 것. 이렇게 연습하다가 또는 공연이 끝나고 혼자 살포시 무언가를 찾아가는 그런 느낌… 끊임없이 샘물을 파고 있거든요. 나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느냐고 질문을 하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행동하고, 그게 되게 기쁜 거죠. 나한테 아직 그런 생각이 주어지는 것. 그리고 그렇게 달아나는 나. 그럴 때 또 안 보이는 지점이 보이거든요.❞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소리는 이미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진동인지 여운인지 알 수 없는 것. 그것이 이 거대한 도시 서울의 한복판 돈화문국악당이라는 울림통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누군가에게 기적이 일어났을까. 이런 기적의 순간은 예측 가능한 시간에 오기도 하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의 목적지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이다. ‘모든 시공간에 존재하는 바로 나 자신’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런 시작은 어디에나 있다. 언제 어디에나 준비되어 있다”라고 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민기의 노랫말이 스쳐 지나갔다.“… 밤과 낮 그 사이로… 이만치 떨어져 바라볼 그 사이로 … 비켜가는 그 사이에… 열릴 듯 스쳐가는 그 사이 따라…”생전에 김민기 선생은 원일을 “이 시대의 보배 같은 음악가”라고 말했다. 그 말이 새삼 다르게 들리는 밤이었다. 불은 꺼졌고,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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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는 0~9세 자녀를 둔 가정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한 정책적 시도이자, 가족 친화적 문화 확산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가족이 함께 경험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다시 묻는 데에서 출발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2022년 <덜미는 내 친구>를 시작으로, <소리는 내 친구>, <아롱다롱 우리가족>, <훈훈한 우리가족>에 이르기까지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특히 2026년 사업은 민요와 무용을 결합한 형식 실험을 통해 한층 확장된 방향성을 제시했다. 노래와 몸짓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공동체 의식의 실마리를 경험했고, 아이들은 타인과 함께 움직이고 반응하는 사회화의 첫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 위에서 2026년 <어울어울 우리가족–강강술래 한바퀴>는 ‘함께 몸을 움직이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전통’에 보다 깊이 집중한다. 박물관에서 공연장까지, 세 개의 공간이 하나의 경험으로지난 5월 2일과 3일, 서울돈화문국악당과 우리소리박물관에서는 만 4세에서 8세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하는 90분짜리 여정이 펼쳐졌다. 이 프로그램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단일 공간에 머물지 않는 구조적 설계에 있다. 참여 가족들은 먼저 우리소리박물관에서 강강술래를 구성하는 민요를 배운다. 선창과 후창의 구조를 체험하고 강강술래의 역사적 맥락을 익히는 이 첫 번째 단계는 단순한 사전 학습이 아니라, 이후 몸으로 경험할 내용을 귀와 입으로 먼저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어 국악마당 또는 스튜디오에서 가족 단위로 원을 만들고 놀이동작을 익히며 민요와 강강술래를 결합하는 체험이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장에서 경기소리그룹 요연과 무용수들의 미니 콘서트를 감상하며 전문 예술가의 해석을 만난다. 세 공간이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이 구조는 교육과 체험, 감상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며, 각 단계가 다음 단계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국악마당에 마련된 상시 체험 공간은 이 세 단계의 흐름에서 다소 결이 다른 자리를 차지한다. 굳이 강강술래의 서사와 단단하게 묶이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냥 거기 있어서 좋은 무언가가 있는 곳이다. 어른들에게도 어릴 적 솜사탕처럼, 뚜렷한 이유 없이 그저 좋았던 것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마당은 그런 감각을 위한 자리다. 강강술래를 배우고 공연을 보는 사이, 가족이 잠시 숨을 고르고 아무 목적 없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교차점. 모든 경험이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가벼운 여백이 있기에, 앞뒤의 체험이 더 깊이 자리 잡는다.                                              박물관에서 공연장까지, 세 개의 공간이 하나의 경험으로​강강술래는 단순한 민속놀이를 넘어, 공동체의 리듬과 관계의 구조를 내포한 전통적 행위이다. 손을 맞잡고 원을 이루어 노래하고 움직이는 과정은 참여자 간의 위계나 역할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호흡을 인지하게 만든다. 선창과 후창의 반복적인 교환은 ​‘​​말을 걸고 응답하는’​ 관계의 기본 구조를 음악적으로 체현한 것이기도 하다.이러한 특성은 오늘날 핵가족화와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점차 약화된 ‘​함께함의 감각’​을 회복하는 데 유효하게 작동된다. 특히 가족 단위 참여자들은 부모와 자녀가 동일한 리듬 안에서 움직이며 서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집 안에서는 좀처럼 만들기 어려운 장면, 즉 어른도 틀리고 아이도 틀리면서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 놀이의 형식 안에서 자연스럽게 허용된다. 이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관계의 방식에 변화를 유도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관람에서 참여로, 무대의 경계를 넘어현장에서 드러나는 변화 또한 주목할 만하다. 처음에는 어색함과 거리감을 보이던 참여자들이 점차 손을 맞잡고 원을 이루며 웃음을 나누고, 소리를 매기고 받으며, 공연의 순간에 이르러 스스로 무대의 일부가 되는 경험은 ‘​관람’​중심의 기존 공연예술과는 다른 결을 형성한다. 이때 전통예술은 더 이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화로 기능한다.<어울어울 우리가족-강강술래 한바퀴>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전통문화의 전승 방식 또한 새롭게 제안한다. 전통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지식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임을 알려준다. 세대 간 동일한 행위를 공유하는 구조는 ‘​가르침’​이 아닌 ‘​함께 경험함’​으로서의 전승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놀이와 예술이 만든느 비형식적 학습의 장동시에, 이 프로그램은 참여형 공연예술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환기한다. 아이들은 타인과 호흡을 맞추고 순서를 지키며 함께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계 형성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원 안에서 내 자리를 찾고, 옆 사람의 박자에 귀 기울이고, 소리를 맞춰가는 일련의 경험은 놀이와 예술을 매개로 한 비형식적 학습으로 작동한다. 관계 맺기와 협력, 배려의 감각을 언어가 아닌 몸으로 익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또한 3개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은 각각의 학습 구성에 충분히 준비된 강사와 공연자들은 리드믹한 움직임과 대화, 소리 녹음기 선물 등 관객 눈높이에 맞는 재미가 덧붙여져서 아이들의 적극적이며 즐거운 참여를 끌어낸다. 나아가 이번 프로그램은 우리소리박물관과 서울돈화문국악당이라는 두 공공 문화기관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운영 모델이기도 하다. 각 기관의 역할이 분리되는 동시에 하나의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 구조는, 단일 기관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깊이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결국 <어울어울 우리가족-강강술래 한 바퀴>는 전통예술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몸과 관계 속에서 다시 구성될 때 비로소 지속된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공동체적 감각을 익히고, 부모 세대는 전통을 매개로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경험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진행한 이번 프로그램은 그러한 경험이 축적되는 장이자, 전통과 동시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실천적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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