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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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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달에 가다니, 그것부터 엉뚱한 이야기 아닌가요. 저는 작가님이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엉뚱한 농담을 던지고 싶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희자들의 몸도 엉뚱하게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광대생각의 재담극 <열매달>의 연출을 맡은 연출가 최여림의 반론이다. 그러니까 질문은 이랬다.    “새가 날아서 달에 간다는 설정까지는 그래도 동의가 되었어요. 물론, 실제로는 불가능하지만. 하지만 바다에 사는 오징어가 달에 흘러간다는 설정에는 쉽게 동의 되지 않더라고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의 이러한 긴장은 인터뷰 내내 팽팽하게 이어졌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게 아닐까 싶다.    전통기반 어린이극 전문단체, 광대생각<열매달>은 ‘우리나라 전통연희를 소재로 하여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창작 연희극과 놀이 중심의 예술교육으로 관객들이 우리 전통연희를 더욱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창작연희단체 광대생각의 작품이다. 단체를 이끄는 이는 연희자이자 연출가인 선영욱이다. 동시에 그는 연희집단 The 광대의 부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연희집단 The 광대는 풍물, 탈춤, 남사당놀이 등 한국의 민속 예술을 전공한 연희자로 구성된 공연예술단체다. 연희집단 The 광대의 대표는 안대천인데, 흥미롭게도 그는 광대생각의 단원이기도 하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민현기, 김용훈 등의 단원들이 두 단체에서 모두 활동하고 있다. 두 단체의 구성원들이 대부분 같은 이들로 되어 있어, 첫 질문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연희집단 The 광대’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광대생각’으로 제작하는지 물었다. 그러니까, 연희집단 The 광대의 단원들이 어린이를 위한 연희극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이름인지. 아마도 그게 패착이었던 듯싶다. 인터뷰에는 <열매달>의 작가 김정운과 연출가 최여림, 그리고 광대생각의 기획자 조수빈이 참여했는데, 세 사람은 손사래 치며 대답했다. “광대생각은 연희집단 The 광대 단원 중 특히 어린이 공연에 관심과 의지가 있는 단원이 별도로 다른 예술가들과 모여 시작한 단체입니다”연희자들의 생태계에 무지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연희자가 다양한 단체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온 무지함이랄까. (나름대로 항변의 말을 보태자면, 공연계 데이터가 집적된 플레이디비(PLAY DB) 사이트에는 광대생각이 연희집단 The 광대에서 파생된 단체라고 설명되어 있다. 아무튼, 광대생각은 2014년 창단하여 어린이 환경극 <북극곰 이야기>, <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 도마뱀>과 동물 탈놀이 <만보와 별별머리>, <연희 판타지아>, 그리고 예술교육 <연희 놀이터>, <덜미야! 넌 누구니?>, <안녕? 물방울!>을 제작한 올해 12년 차의 중견 단체다. 창단 작품인 <만보와 별별머리>로 2014년 전통연희 활성화 사업 창작연희 작품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그리고 <문둥왕자>로 2016년 전통연희 활성화 사업 창작연희 작품공모 제작지원작품 부문 인기상을 받은, 전통연희 계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 단체다.   새와 오징어, 달과 열매, 이 기묘한 조합이들이 이번에 제작해 선보이는 <열매달>은 서울돈화문국악당 상주단체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쇼케이스로 먼저 선보였던 작품이다. 주인공은 ‘하양새’와 ‘오징어’. 이 드넓은 지구에서도 마주치기 어려울 듯한 두 동물(?)이 달에서 조우한다. 하양새는 친구들과 높이 날기 시합을 벌이다가 달에 이르게 되고, 바다에 사는 오징어는 이리저리 물결에 휩쓸리다가 달까지 가게 된다. 사실, 빈곤한 상상력으로는 바로 이 오징어의 달세계 여행부터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거기서 우리의 대화는 다시 한번 어긋났던 것이다. 제일 앞에 인용했던 질문 아닌 질문과 반론 아닌 반론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만약 새와 오징어가 달에 갈 수 있는 상상력을 발동할 수 있다면,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양새는 황무지 (같은) 달에서 새싹 하나를 발견한다. 하양새는 그 새싹이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씨앗으로 온 달이 푸르게 숲으로 되는 꿈을 꾼다. 달에 새싹이라니! 열매라니!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논리적일 이유는 없다. 시적 허용이 가능한 게 예술이니, 달에 꽃이 필 수도 토끼가 살 수도 있다. 하물며 새와 오징어라고 못 살 리가. 어느 순간, “엉뚱한 상상”이라는 그들의 말에 스스로 동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아무튼, 이어지는 이야기에선 오징어가 등장한다. 흘러 흘러 달에 다다른 오징어는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새싹을 먹으려 든다. 이때부터 하양새와 오징어의 반세기가 넘는 전쟁이 시작된다. 쇼케이스 무대를 관람한 연극평론가 황승경은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무대 언어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가족극은 말로 하지 않고 환상으로 보여줄 때 큰 감동이 형성된다. <열매달>은 새싹을 매개로 어린이 관객을 주체적 자기성찰로 이끌어내는 상상 유희의 공간을 마련한다. 푸른 새싹들로 뒤덮인 열매달을 보여주는 것이 <열매달>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다.”그는 말이 아닌 환상으로 보여줄 때 감동이 형성된다고 하였지만, 이 작품은 재담극이다. 하양새와 오징어의 대화 사이사이 연희자들이 끼어들어 둘의 대화를 설명하기도 하고, 추임새와 같은 반응을 더해주기도 한다. 다만, 청각적 언어가 아닌 시각적인 환상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가 큰 무대 세트를 세우거나 무대장치를 이용할 수 없는 쇼케이스의 형식적 제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게 궁금했다. 본 공연에서는 시각적인 요소가 더 추가될 예정인지. 실제로 최초의 기획서에는 <열매달>을 오브제극화 할 것이라는 계획이 나와 있다. 그래서 물었고, 이에 대해 답변 또한 예상을 빗나갔다.“오브제가 뭘까요? 처음에 오브제극이라고 했던 건, 상상력을 확장하고 같이 만들어간 상상력을 무대랑 객석이랑 같이 공유해보겠다는 의도에서 사용했던 것 같아요. 뭔가 사물들로 가득 찬 오브제극이 아니라. 일례로 상모를 돌린다면, 상모도 하나의 오브제가 될 수 있겠죠.” 연출의 말을 작가가 받는다. “예를 들어서 장구가 새가 될 수 있고, 징이 오징어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실물의 것을 가져와서 그대로 세트화시키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악기든 뭐든 상징적으로 쓰겠다는 의미에서 오브제극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별을 보며 <열매달>을 보아도 좋겠다언급했듯, 광대생각은 지난해부터 서울돈화문국악당 상주단체로 활동 중이다. 가족 친화형 공연을 제작하려는 공연장 측의 의지와 어린이 공연 전문단체로서 광대생각의 방향성이 맞아 이루어진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2년 차를 맞은 올해 위탁 운영사가 바뀌었다. 다행히 운영사가 바뀐 후 열린 운영자문위원회에서는 어린이 대상 콘텐츠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 어린이 대상의 콘텐츠 개발에 힘을 실었다.그러는 한편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위치한 지리적 특수성을 살린 콘텐츠의 개발도 힘주어 이야기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창덕궁 앞이라는 위치적 매력과 한옥이라는 공간적 매력을 살려 대중에게 소구할 만한 일종의 브랜드가 되길 희망하는 한편,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위해 인근 직장인과 노년층을 위한 콘텐츠 역시 개발하기를 희망했다.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작가 김정운이 반기는 눈치다. “저희가 거리에서 이동형 공연도 제작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 문화재에서 공연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거든요. 문화재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받기가 어려워요. 문화재청이나 다른 기관에 허락을 맡아야 하고, 허가를 받는대도 제한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요. 상주단체 사업을 하면서 공연장 주변의 다른 곳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완전 베스트일 것 같아요.” 여기에 최여림 연출이 말을 보탠다. “<열매달>도 운동장에서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학교 운동장도 좋고, 공터도 좋고요. 해가 질 무렵, 이렇게 딱 노을이 들 때 시작해서 밤하늘이 까맣게 내려왔을 때 끝나는 거죠. 달이 떠 있으면 더 좋겠고요. 그런 시공간 안에서 마을 사람들은 마실 나왔다가 편하게 둘러앉아서, 어린아이들은 막 깔깔거리고 뛰어다니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요.” 그런 동네 풍경을 떠올리니 하양새와 오징어가 달에 사는 이야기가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 운동장이, 공터가 아니면 어떤가. 서울돈화문국악당 앞마당에 별을 보며 <열매달>을 보아도 좋겠다. 그런 풍경도 좋겠다.    창작연희단체 광대생각 <열매달>​일시 : 2025. 9.26 ~ 27.장소 : 서울돈화문국악당출연진 : 광대생각문의 : 02.3210.7001
2025여름
2025여름
동해안별신굿의 풍경풍요를 기원하는 봄이나 가을, 동해안 일대 해안 마을에서 별신굿이 연행된다. 과거에 비해 굿을 하는 마을의 수는 적지만, 별신굿이 펼쳐지는 기간 동안은 일상을 전복하는 의례이자 축제를 감각하게 된다. 예술이 꽃피는 순간이다. 이러한 동해안별신굿이 2025년 6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공연되었다. 보존회원들이 로비를 지나 극장에 들어서며 지신을 밟고 만복을 축원하며 시작한 공연이다.동해안별신굿 국가무형유산 지정 40주년을 기념해 공동기획된 <남산은 본이요>는 동해안별신굿의 전체 굿거리를 얼러 연행하는 것이 기획의 주안점이었다. 다만 별신굿 현장에서 용왕굿이 중요한 데 반해, 이번 연행에서는 심청굿, 장수굿, 손님굿, 원래굿이 두드러졌다. 제단을 등지고 관객을 바라보는 무녀, ㄷ자로 앉아 무녀를 둘러싼 5명의 악사만 노출된 무대 위 공연이니, 각 굿거리를 연행하는 무녀의 특기에 흠뻑 빠져보기 좋은 데다 무녀를 바라지하는 화랭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바닷가 마을에서의 굿판을 상상하며 이들의 연행을 주목했다.별신굿은 장단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장단만 볼 수도 없다. 5장으로 구성되는 청보장단은 타악 가락과 무가가 순서대로 교차하는 형식이고, 각 무가의 서사를 따라서 전체 5장이 순차적으로 변주된다. 무녀가 관객(단골)과 소통하고 축원하는 5장은 굿판의 흥취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장이다. 각 굿거리가 끝나고 무녀가 제단으로 가서 신에게 술을 올릴 때, 악사들은 사자(사제)채를 낸다. 무녀의 서사 연행이 끝난 뒤 신이 좌정하는 엄숙한 때의 정적을 역동적인 타악으로 넘어서니 그야말로 동해안별신굿만의 세계가 감각되는 순간이다. 이 굿을 보고 있자니 푸너리·청보장단·제마수장단·사자채를 축으로 한 별신굿의 연행 구조가 쉽게 이해된다. 매력적인 굿판이다.이 굿판의 분위기는 유쾌하다. 신의 내력을 풀어내고 풍요를 기원하는 경건함은 축제의 풍경 그 자체로 포착된다. 그래서 신과 함께 하는 동안 피어나는 연행자들의 대화가 귓가에 더 스민다.“우리는 밥보다는 박수 먹고 산다 아이가.”남도민요와 판소리 눈 대목을 특유의 섬(목청)으로 구사한 무녀 김동언이 성주굿을 하던 중 심심찮게 뱉는 재담이다. 동해안별신굿, 그러니까 마을 굿의 매력은 연행자와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서사에 있다. 이른바 유쾌한 밀땅이 굿판의 기제다. 화랭이는 장구를 두드리며 화답한다.“그렇죠. 밥보다 박수가 좋죠.”굿이라는 전통공연예술의 모국어에 빗대어아주 오랜 기간 동안 단골을 맞는 예인집단의 포용력은 현재 별신굿의 양식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굿판의 할머니들은 연구를 위해 방문한 인류학자 사이먼 밀즈에게 “양키, 노래 한번 시켜봐라”고 하며 굿판에 팝송을 불러냈고(사이먼 밀즈는 영국 사람이다), 판소리 단가, 경기소리, 트로트, 강남스타일에 말 춤의 등장은 이 굿판에서 예삿일이다. 언젠가 연행 주체의 정체성이 견고해지며 별신굿이라는 튼튼한 뼈대가 이루어졌을 것이고, 세대를 거쳐 다양한 유행을 수용하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그런가 하면, 별신굿의 전승 주체는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를 기점으로 동해안 굿 세계를 넘어 새로운 예술세계로 지평을 넓히기 시작했다.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로 동해안별신굿이 지정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이르러 김석출・김정희・김용택 등 동해안 김씨 집안의 화랭이들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았다. 《Shamanistic Ceremonies of the Eastern Seaboard》(JVC, 1993), 《Nanjang : A New Horizon》(King Records, 1996), <무악 동해오구굿>(삼성뮤직, 1995), <동해안 별신굿과 오귀굿>(국립국악원·KBS, 1999) 등 음반은 국악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주요 교재가 될 만큼 자산으로서 가치가 높고, 드러머 사이먼 바커(Simon Barker)가 김석출을 찾아나서는 다큐멘터리 <땡큐 마스터 킴>은 여전히 대중에게 회자된다.세습무, 학습무로 이어지는 동해안별신굿이라는 기틀예인집단이자 무속 집단인 동해안별신굿 전승 주체를 소개할 때는 세습무라는 설명이 붙는다. 동해안별신굿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동해안 일대에서 무업을 하던 이들이 일가를 이루고 대를 물려 뻗어가던 그 예술적 감각과 기·예능이 김씨 집안에서 꽃을 피웠다. 그리고 이제, 그 집안에서 이어온 감각은 국악을 전공한 학습무에게 전승되고 있다. 그러니 굿판이 현재하는 한, 동해안별신굿이라는 감각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질문해 볼 일이다.“처음에는 그저 어른들의 패턴을 배우고 그대로 따라 하면서 기초를 닦아야 해요. 그런 후에 업그레이드해야 하죠. 이 과정은 꽃에 비유할 수도 있어요. 꽃은 꽃봉오리가 활짝 피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만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아!’ 하고 감탄하지요. 그게 내가 걸었던 길이고, 모든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에요.”​1)​ 故김정희의 회고를 읽어보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모을 만하다. 꾸준한 노력 끝에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비단 예술뿐이겠는가. 세습무의 장점은 지난한 수련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견디게 해주는 환경에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 어머니, 고모, 삼촌이 성장해온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만큼 직접적인 이해도 없을 것이다.1세대로부터 3세대로 이어지는 김씨 집안의 예인들이 그러했듯, 4세대에서 5세대로 향하고 있는 전승 주체의 구성원들도 뿌리를 두고 줄기를 뻗어나가는 역사를 쓰며 약진하고 있다. 그 비결은 여전히 가족 구성원으로서 생활을 함께하며, 삶의 은유가 굿판에서 어우러지며, 엄격할 만큼 뿌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학습하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동해안별신굿보존회의 진중함에 있다. 사설과 곡조를 따로 외우기를 반복해 자연스러운 무가를 구사하고, 장구를 치기에 앞서 굿판에서 형성되는 긴장을 익히는 그들이다. 앞으로의 40년, 그렇게 또 하나의 전통의 결이 새겨질 것이다.전승 공동체의 삶의 대화가 오가는 별신굿판. 예술가들이 날것의 세상과 만나는 장이다. 부드럽게 무녀의 연행을 배려하는 것이 화랭이의 미덕이라면, 무녀의 미덕은 단골과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니 이 굿판은 보이지 않는 실타래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별신굿이라는 틀거지의 아주 기본적인 조건이다.‘변방에서 묵묵히 지켜온’ 전통예술의 월경 <남산은 본이요>그들을 소개하는 글을 보자니 ‘변방에서 묵묵히 지켜온’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시대가 그러했듯 무속인은 천대받았다. 그래서 그럴까, 별신굿판에서 우는 소리를 이르는 시설체, 공수를 내리듯 호령하는 토구름과 같은 창법은 예인집단의 삶을 닮았다. 하지만 변방의 예인집단은 이미 우리 전통 문화권 전역에서 그 기·예능을 탐닉하도록 매료시켰다. 그리고 이 집단 특유의 풍경 속에서 우리 전통예술의 여러 갈래가 연행된다. 각 시기와 지역성으로 대표될 수 있는 국악의 면모가 동해안별신굿 연행 집단에 의해 독창적으로 해석되는 다채로움을 경험하는 것은 이 굿판의 두 번째 즐거움이다. 동해안별신굿의 위상은 그 예술성과 공동체의 문화를 읽어가는 입장에서 입댈 게 없다.이제 울산을 기점으로 웃대 남대를 가르는 예인집단의 활동 권역을 구분할 이유는 사라졌지만, 예인집단의 집요함은 비단 굿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전승 주체 구성원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무대 위에서 발현된 예술은 그것을 보는 관객에게 충분한 생기를 품게 한다. 이것이 오늘 <남산은 본이요>를 통해 굿판의 현장성을 온전히 보여주고자 한다는 기획의도가 함의하는 바다. 예기치 못하는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스치듯이, 부딪히듯이 무대 위의 굿판도 긴장의 순간이다.동해안별신굿은 그렇게 동해안 일대의 문화가 한 집안에서 예술 연행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 줄기는 다시 전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채 다음 세대의 예술 속으로 뻗어간다. 그 길목에서 만난 (사)국가무형유산 동해안별신굿보존회 40주년 기념 공연. 참 반가웠다.
2025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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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획자와 인터뷰 후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 잠시 망설였다. 전통예술 분야의 변화를 한동안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었지만,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김이끼 프로듀서를 만나기로 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푸릇함과 생명력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녀와 한 시간가량 나눈 차분했던 대화의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정리한다.   새로운 세대의 시선에서- 독립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을 졸업하고 ‘정가악회’에서 프로듀서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2년 정도 근무했을 때 정가악회가 활동을 멈추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 기획자가 되었네요. 독립적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처음엔 국제교류 일을 맡아서 단체의 해외 초청 공연 때 투어 매니저 역할을 했습니다. 정가악회 내 팀인 악단광칠도 해외 활동을 많이 했는데, 해외에 나가보니 늘 보던 아티스트들을 계속 만나게 되더라고요. 몇몇 예술가들만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 걸 보면서, 해외시장은 열려 있고 협력 가능성도 많은데 왜 특정 예술가들만 초청받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미 함께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았고 그렇다면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 같이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아직 젊은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초청받는 건 쉽지 않고, 국내 활동도 병행해야 하니 해외 진출에만 집중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공법으로 안 되면 측면으로 가보자는 생각으로 축제나 극장보다는 플랫폼처럼 형성된 현장을 찾았습니다. 즉흥음악이나 전자음악 창작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외 플랫폼을 연결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작년이었네요. 그 결과로 올해 6월에 ‘엠비언트 판소리’를 하는 노은실 소리꾼과 네덜란드에 갈 예정입니다. 노은실 창작자와는 작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축제나 극장뿐 아니라 새로운 현장과 플랫폼을 찾는 데 관심이 많고 열려 있는, 실험음악 현장이 다양한 네덜란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공연만 하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협업이 가능한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를 만나 유기적인 협업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재미있을 것도 같았고요.” - 국악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기획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나요?“가야금을 오래 연주했어요. 국악예고를 졸업했고, 당연히 실기 중심의 대학에 진학했죠. 대학에서 예술경영, 영상, 영화 전공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내가 너무 한 우물만 파고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만큼의 시간을 가야금으로만 채운 것 같은데, 그 외의 것들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휴학했어요. 제 삶을 다른 것들로도 채우고 싶었거든요. 그러던 중 세종학당재단의 지원으로 키르기스스탄에 6개월간 인턴십을 가게 되었고, 세상에는 가야금 말고도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가야금 없이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다른 가능성을 본 셈이죠.    가야금을 잠시 내려놓으니 여러 중압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로 돌아와서 부전공으로 예술경영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프로듀서로서의 새로운 길을 시작하게 되었죠. 전통예술 현장의 생태계를 새로운 세대의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주자보다는 시장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게 기획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전통예술 기획자? 맞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 독립 기획자의 삶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정가악회에서 일할 때는 월급을 받았어요.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지금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단체가 그런 구조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네요. 제가 지금은 회사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저의 경제적 안정과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욕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적 충돌을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이 넓어지게 되는데, 김이끼 프로듀서는 어떤가요? “누군가 저에게, 전통예술 기획자 아니세요? 라고 물으면, 맞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봐요. 생각해보면 저는 장르를 계속 넘나들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2023년부터는 아이돌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에서 라인 PD로도 작업하고 있고, 영상 매체의 비주얼 작업을 경험하면서 미적 감각도 쌓고 있고, 또 뮤직비디오 제작 PD, 프로덕션 매니저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인적 인프라도 생겨 자연스럽게 협업 이야기도 해요. 마찬가지로 그분들에게는 전통의 이미지가 신선하게 다가와선지 새로운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시는 것 같고요.” - 국제교류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처음에는 비행기를 내 돈 주고 타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나고 신기했던 것 같아요. 독일 투어가 시작이었죠. 베를린과 드레스덴 투어였는데,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ufaFabrik)과 협력해 정가악회 공연을 했던 게 저의 첫 국제협업이었습니다. 한국의 극장이나 재단처럼 소속 단체가 모든 걸 다 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 기획 인력과 현지 프로듀서가 함께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는 그런 방식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해외와 연결하며 독립 기획자로서의 가능성을 본 것 같아요.    나의 명확한 정체성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전통예술이 저의 정체성이었고, 전통을 단순히 외국인들이 신기하게만 보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음악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획자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단 같은 기관에 들어가서 일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제 색깔을 찾으려면 독립적으로 일하는 게 맞겠다고 느꼈고, 아직 젊으니까 더 도전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여겨요.” - 어떤 예술가와 함께 작업하고 있나요? 나만의 작업 방식이 있을까요?“저는 황진아 거문고 연주자, 노은실 판소리 소리꾼, 그리고 제 또래인 강태훈 거문고 연주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해외에 아티스트를 소개할 때 전통예술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피아노나 첼로를 연주하듯이 이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건 거문고, 가야금, 대금일 뿐이고,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은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기획자로서 ‘전통’이라는 틀에 머물러 있는 음악이 아니라, 그 전통에서 가져온 재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예술가들과 작업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판소리와 엠비언트가 섞여서 중요한 게 아니라, 엠비언트로 어떤 매력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판소리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주목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정가악회에서 인연을 맺은 황진아 연주자가 단독 공연을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되어 이야기하다가 함께 작업을 시작했어요. 서로 소통이 잘되고, 일하는 방식도 잘 맞아서 이후 미국 투어도 같이 가고 단편영화 작업도 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켰어요. 노은실 아티스트의 경우는 먼저 직접 연락을 주셨네요. 다른 프로듀서분들은 어떻게 일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공연뿐 아니라 전시, 영상, 아트 필름 등 다양한 방식으로의 확장을 고민합니다. 공연 투어에서도 공연만이 아니라 워크숍 등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이런 식으로 황진아 연주자님의 앨범을 기초로 3년 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분들도 저와 작업하면서 자신의 곡을 가지고 다양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연락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기획자로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작년에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에서 일했습니다. 축제 관계자들과 아티스트들, 관객들까지 열정적으로 일하고 호응하고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자연스레 이런 사람들과 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미나 유럽은 소수의 에이전시가 유통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남미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도 했고, 멕시코에서 일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연결이 이어지면서 남미 시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젠가는 남미 전문 에이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미 축제만 다 다녀도 5년은 필요할 것 같아요.”    “메뉴판을 만들어 놨습니다” -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전통예술 분야에는 많은 기획자분들이 계시지만, 뭔가 연대하는 구심점은 없는 것 같아요. 끈끈하지 않더라도 느슨한 연대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듀서라는 개념이 전통예술 분야에 자리 잡은 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전에 공연은 꾸준히 있었잖아요. 연출과 PD의 역할이 다르듯, 기획 PD와 제작 PD가 다르고, 조연출과 기획 보조의 역할도 다른데, 아직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가 단순히 기획서 작성과 교부 신청, 홍보, 티켓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전문성이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공연 제작 과정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분명 있는데, 아직 모두에게 명확히 약속된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자원이 부족해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원래 그런 구조가 아니라 상황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면 좋겠어요. 일의 양과 강도에 맞게 사례비가 책정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선배 프로듀서들이 너무 열심히 다 하셔서, 다음 세대인 저는 그렇게 안 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열심히 하지만, 상대방이 상황과 조건을 알고 일하는 것과 모르고 일하는 건 다릅니다. 그리고 제가 계속 활동해야 다음 세대도 생길 수 있겠죠. 제가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제작 과정에서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도 저도 모두 노동자이니까요. 우리가 건강하게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짚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함께 작업하는 예술가분들에게도 늘 이야기하고 있지만요.   저는 독립하면서부터 메뉴판을 만들어 놨습니다. (웃음) 행정 지원만 원하는 경우, 홍보, 마케팅, 티켓 판매, 제작 전반 등 업무별로 비용을 적어놨어요. 제작 과정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프로듀서의 크리에이티브한 역할까지 메뉴판으로 만들어놓은 셈이죠. 프로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함께 일하는 예술가분들도 알아야 하니까요.” 가야금의 세계에만 오래 머물렀던 자신의 삶의 폭을 넓히기 위해 과감히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김이끼 PD. 그녀는 자기 일과 함께 일하는 예술가에 대한 열정이 넘치면서도 독립 기획자의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시작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미 다음 세대 기획자들이 좀 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희망적이었다. 그녀는 태초에 바다에서 자라 지상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은 이끼처럼, 하나의 장르와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관계를 맺으며 살아남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최소한의 양분으로도 생명을 이어가는 이끼처럼, 예술 생태계에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야심차면서도 아름다운 꿈이 그녀의 이름에 담겨 있었다. 
2025 여름
2025 여름
청년 예술가를 발굴해 신작 제작을 지원하는 ‘젊은국악 단장’의 지원 방식이 달라졌다. 60분 길이의 공연을 지원하기 전 20분 이내의 ‘쇼케이스’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선정 규모를 기존 3명(팀)에서 4명(팀)으로 늘려 더 많은 인원에게 1차 제작지원을 제공하고, 그중 쇼케이스를 통과한 2팀을 추가 지원해 본 공연의 우수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신청을 통해 관람 가능한 올해 쇼케이스는 6월 28일 오후 5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열린다. 창작 컨설팅과 창작워크숍으로 곱게 ‘단장’한 4명(팀)은 소리꾼 강나현, 거문고 창작자 김민영, 안무가 김성, 현악트리오 TRIGGER(트리거)다.“작은 숨소리를 조명하고 싶은, 소리꾼 강나현입니다”강나현 ‘씩씩’ 숨을 몰아쉰다. 증기기관차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와중에도 ‘씩씩’하게 내달린다. 강나현이 고른 제목 ‘SickSick’엔 이런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쇼케이스 20분이 저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어요. 아픈 시절의 제 모습을 담았죠. 두더지 같은 모습과, 3등만 하는 만년 동상의 심경, 마지막엔 이 길이 어떻게 흘러갈지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마음을요.”그래서 세 곡이다. 청년 예술가로 살아남는 과정의 흔들림을 전자음악과 결합해 내보인다. 이른바 의식의 흐름대로 쏟아내는 감정 그리고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강요형 창작 판소리 퍼포먼스’다. 첫 곡엔 두더지처럼 굴속에 숨으려는 자기 습성을, 두 번째 곡엔 나가는 족족 3등만 하는 결과론적 동상 헌터의 처지를 녹였다. 마지막 곡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한 소절을 소개해달란 부탁에 그는 세 번째 곡을 꼽았다. “내 길은 말이지 올라가다가도 다시 굴에 숨더라도 크고 작은 꽃들과 돌멩이들, 산들바람과 금방 지나갈 폭풍, 배고픈 고양이와 길 잃은 강아지, 여린 사람들이 머문 길이면 좋겠다 …”정동극장 판소리 뮤지컬 <적벽>의 ‘정욱’ 역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강나현은 실연자인 동시에 전통 판소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온 창작자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와 함께한 <체공녀 강주룡>, <해녀탐정 홍설록> 등에선 공동작창 겸 출연자였고, 인디국악그룹 ‘신수동 3평’에선 작곡, 작사, 보컬을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왔다. 특히, 2024년의 <아홉수 가위>는 창작자로서의 분기점이 됐다.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 작창, 실연을 모두 해낸 1시간짜리 소리극이다. 긴 글을 쓰면서, 갈피 잡는 법을 배웠다.“국악계에 이렇게 재밌는 소리꾼이 있었어?” 곧 선보이는 쇼케이스를 비롯해, 앞으로 만들어 갈 정성 어린 공연들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이다. 다양한 표현 방식을 찾아나가는 동시에 “세상에 존재하는 작은 숨들의 이야기에 힘을 보태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얌전한 미치광이랄까요, 연주자 김민영입니다”김민영 지난여름 한 공연에서, 김민영은 무당방울을 소위 ‘미친듯이’ 흔들었다. 경기문화재단 지원으로 다원예술에 도전한 <여섯 개의 불가능>에서다. 거문고 연주자인 그는 전자음악과 정가에 처음 도전해 정체성을 넓혔다. 약에 대한 신봉을 표현하려 택했던 오브제와 퍼포먼스로 ‘얌전한 미치광이’, ‘방울 흔드는 기독교인’ 칭호를 얻었다.새로운 시도는 이번 에도 이어진다. 거문고에 전자음악을 접목하고 보컬도 직접 맡았다. 반면 음악을 홀로 책임졌던 지난 공연과 달리 동료들이 합류한다. 편곡과 사운드디자인, 믹싱은 건반을 중심으로 전자음악을 해온 피슈(Pishu, 전 피아노 슈게이저)가 맡았다. 연주는 타악 조봉국, 드럼 최요셉이 함께한다. 공연 주제는 ‘내면의 양면성’이다. 단점도 있지만 유연한 가능성을 지닌 플라스틱처럼, 우리 안에 공존하는 두 가지 성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더 큰 가능성을 마주하자는 일종의 권유다. 첫 곡 ‘타령(가제)’은 전통 타령을 바탕으로 국악인 자아와 현대음악에 이끌리는 자아 사이의 갈등을 풀어낸다. ‘더 비자르(The Bizarre)’는 간혹 마주하는 낯선 자신을 향한 호기심, ‘플라스틱’은 강렬한 목소리로 외치는 일종의 자기 극복 선언을 녹였다. 마지막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는 가능성을 마주하는 기쁨을 표현한다.김민영은 쇼케이스를 확장해 스페인을 찾는다. 10월 22일엔 바르셀로나 문학 비엔날레 ‘코스모폴리스(Kosmopolis)’ 개막공연, 11월 9일엔 카나리아제도 산타크루스데테네리페에서 열리는 예술축제 ‘케록센(KEROXEN)’ 공연을 앞두고 있다.“시작은 느리지만 더 단단하게 도달하는, 안무가 김성입니다”김성 <자람의 기술>무용가와 소리꾼의 듀엣이라니 조합이 독특하다. 기반은 한국무용이지만 창작과를 나온 김성이 전통의 강자 김나니와 밀도 높은 협업을 택했다. 현대적 연극을 주로 해온 드라마터그 전강희는 글을, 타악연주자 조한민은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들 실험적이 되는 이유가 뭘까요?(웃음) 우선, 저는 ‘식물’이 돼보기로 했습니다. 생명의 성장에 대한 첫 아이디어가 식물의 입장에서 받는 정성을 글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된 거죠. 전강희 선생님 영향이 컸어요. 그걸 안무로 표현하는 저로서는 그 안에 어떤 감정이 있다고 상상하면서, 몸 자체가 감정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소리꾼 김나니는 한복을 벗는다. “일상과 가까운 진솔한 모습이 나왔으면 해서 판소리 말고 ‘노래’ 혹은 ‘말’을 해주시길 바랐어요. 의상도 마치 집에 있는 김나니랄까요. 처음엔 식물의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이 작품에서 그의 역할은 어떤 의미인지 유추해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곡을 쓰기로 한 조한민은 종이 찢는 소리를 녹음해 보내왔다. “장단이나 연주에 능한 분인데 그뿐 아니라 엠비언트 사운드라든지, 일상의 소리를 직접 녹음하면서 평소보다 실험적인 접근을 하고 계세요.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제가 설득당했죠(웃음). 움직임과 대사에 또 다른 영향을 주는 요소랄까요. 춤, 대사, 음악 3요소의 ‘핑퐁’을 잘 살려보고 싶습니다.”김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케이아츠(K-Arts)무용단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얼마 전 정기공연에선 <허,들,셋,넷,> 안무, 2024년 정기공연에선 <간격Ⅱ> 조안무를 맡았다. 시흥시립전통예술단 <미래의 기억>에도 출연자 겸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학교 활동이나 조안무 경력은 길지만, 단독 안무로는 ‘단장’ 쇼케이스를 통해 알을 깨고 나오는 셈이다.“전통을 해킹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국악팀 트리거입니다.”TRIGGER <小ciety>‘TRIGGER’는 현악 연주자 이송희(가야금), 최현정(거문고), 박필구(아쟁)가 2021년 결성한 팀이다. 서로 영감을 주는 점화의 계기(trigger)로서 그 작용을 관객에게 돌려주자는 뜻이다. 활동 햇수로는 4년이 안 됐는데, 경력은 수두룩하다. 작년에만 대구문화예술회관 국악 인큐베이팅 사업 ‘점프업(JUMP UP)’ 대상, ‘21C한국음악프로젝트’ 금상을 연달아 수상했고, 세 번째 콘서트 <음류: 흐름의 기원’을 열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신진국악실험무대에선 <카오스모제>를 공연했다.이번 쇼케이스에선 신작 <小ciety(소사이어티)>를 공개한다. ‘사회’를 뜻하는 ‘society’ 앞글자를 음이 같은 ‘작을 소(小)’로 바꿨다. 불통으로 인한 갈등을 사회 문제로 보고 해법을 ‘시나위’에서 찾는다. 즉흥적으로 합을 맞추는 음악 형식으로부터 ‘소통과 교감’을 꺼내든 것이다.첫 곡은 소통과 화합의 ‘의미’에, 두 번째 곡은 시나위 ‘형식’ 자체에 방점을 뒀다. 우선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에는 창부타령 가사를 이용한 언어유희를 담았다. “쉼표(,) 하나만 찍으면 ‘놀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 못 노는데’로 180도 바뀌더라고요. 시작을 연주자들의 ‘말’로 열어서 형식만 대화일 뿐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 뒤 음악으로 이어가려 합니다.” 두 번째 신곡은 ‘네겐트로피(Negentropy)’다. “물리학에서 ‘엔트로피’의 반대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시나위의 음악적 특성을 잘 반영해서 해체된 기존 질서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팀 대표로 인터뷰를 가진 아쟁연주가 박필구는, 음악 자체에서 시야를 넓혀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반적 분위기나 오브제, 대사를 사용해 ‘퍼포머’로서 한걸음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전언이다.​    2025 젊은국악 단장​일시 : 2025. 6. 28(SAT) 5PM장소 :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문의 : 02.6358.5500 /https://www.sgtt.kr//program/detail/6817  
2025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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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잉카 문명에서 발견돼 오랜 전통을 지닌 오카리나도 땅의 기운을 받은 악기다. 하지만 오카리나는 19세기 이탈리아 장인 버전 이후 어디서든 취미 악기로 흔히 쓰이고 있다. 그러나 훈은 특히 한국에서는 꽤 생소하다. 장구한 역사를 가졌지만, 제례악의 효과음으로서 예를 다하는 악기로 알려진 게 전부여서 훈의 쓰임이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개 지공으로는 음이 매우 불안정한 악기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토속적인 비주얼과 음색으로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늘 실험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돈화문 국악당의 첫 커넥트 프로그램인 <흙의 소리, 훈의 소리>는 그러한 우리들에게 매우 반색할 만한 시간이었다.놀랍게도 ‘(송경근의) 송훈​1) 공연’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데, 그 주인공이 바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맴버이자 공간 서리서리 대표 송경근이다. 개인적인 슬럼프를 극복하고자 공간 서리서리를 만든 그는 흙도자기 훈을 제작하면서 공간 서리서리의 프로젝트 그룹​2)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송훈과 율기, 도경의 존재를 다방면으로 알리고 있다. 송훈, 율기, 도경 모두 흙을 원료로 한 도기 악기로서 송경근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 훈 연주회인 <도공지몽>(2018), 두 번째 <태고의 소리 흙의 울림 훈과 율기>(2023)>를 지나면서 송훈 연주법 또한 점차 정리되었다”고 밝힌 송경근 대표의 세 번째 연주, <흙의 소리, 훈의 소리>는 전통과 창작음악 그 사이를 지나며 송훈만의 레퍼토리로서 다시 관객을 찾았다. 인간은 가장 낮은 곳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훈의 소리는 마치 땅을 밟듯 가장 낮은 곳의 감각을 마주하게 했다. 2025년 5월, 돈화문 국악당에서 열린 훈의 세 번째 공연에서는 흙이 가진 원형적 힘으로, 잊혀 간 전통악기를 복원해 전통에 새로운 정체성을 담아냈다.   물과 불과 흙땅의 정령이 깃든 악기의 공명 때문인지 공연은 내내 꿈꾸듯 아늑했다. 송경근이 개량한 송훈과 도경 그리고 율기는 흙(점토)을 빚어 구워 만들어진 악기다. 역사적으로 이미 악기 재료 및 특성이 전해 내려온다. 『증보문헌비고』에는 고려시대, 아악의 유입과 함께 중국 고대 아악기 분류체계에 따라 8가지 음색 분류법이 등장하는데, 흙(토부)이 그중 하나다. 팔음악기​3) 중 하나로서 흙은 토(土)라는 우주의 성질을 가진다. 이번엔 훈의 우주론이다. 『악학궤범』 권6 「악서」에 “훈은 입추의 음(音)으로, 밑바닥이 평평하고 구멍이 6개 있는 것은 물의 수(數)(이며), 가운데가 비고 위가 뾰족한 것은 불(火)의 형상이다. 훈은 물과 불이 합한 후에야 악기가 되고, 물과 불이 화(和)한 후에야 소리를 이룬다”라고 되어있다. 이는 음을 피우는 훈의 제작 원리를 자연사상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흙 재료로 만든 도경과 율기 또한 흙의 원리가 적용된다. 보통 경돌 혹은 옥돌로 만든 옛 편경은 아악 연주를 위해 중국에서 수입해 온 유율타악기인데, 항상 일정 음고를 유지할 수 있다는 천연 성질로 인해 음고 및 음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송경근의 도자편경(도경)은 흙이다. 팔음에서 밝히듯 자기​4)를 뜻하는 돌은 흙과 달리 가벼운 소리라, 자기인 돌과 달리 음이 유려하다. 그릇 형태를 띤 율기 또한 울리면 울릴수록 내면에 와 닿는다. 명상음악 때 쓰이는 싱잉볼과는 또 달리, 평범함 속에 존재하는 비범한 아름다움이 포개진다. 그런 의미에서 송경근의 악기 교감은 아주 아주 오묘하고 비장하다. 악기의 형태 및 재료 등의 개량으로 시공간의 감수성이 원형으로부터는 변주됐지만, 청동기 시대 이전, 토기 등장과 함께 도구, 무구, 악기를 거친 훈의 오랜 정체성은 그럼에도 변치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여음(餘音)명창 김소희 작창으로 알려진 <상주아리랑>​5)을 시작으로 공연은 ‘송훈사운드’의 넓은 스펙트럼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총 10곡 중 <훈기상화>, <달달달>, <영산>, <바람길>, <엇노래> 등은 창작곡으로서, <상주아리랑>, <소편영산회상>, <송훈·아쟁 2중주>, <송훈산조> <송훈민요>는 전통음악으로서, 각기의 특성을 더해 송훈의 조화로운 매력을 발산해 보였다. 송경근의 창작음악극 <도자기 비밀>에서의 ‘엇노래’와 후속작 <훈기상화>의 ‘훈기상화’는 국악 동화곡으로 송훈과 율기의 드라마틱한 음률을 느낄 수 있었다.‘훈기상화(壎器相和)’는 형제의 우애를 상징한 ‘훈’과 ‘지’라는 악기의 훈지상화(壎篪相和)를 바꾼 말로 (송)훈과 (율)기가 서로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산>이란 곡에서는 임금 무덤에 악기를 묻는 역사적 사실 바탕으로 한 음악극 몇 장면을 짜임새 있게 무대화했다. 착한 도공인이 임금에게 드릴 도자기 편경을 만드는 도중, 신비의 산 영산에서 흙을 찾아 완성한다는 내용이다. 달의 형상에 빗대어 제작한 <달달달>은 마치 하얀 달이 3개가 떠 있듯, 커다란 하얀 율기 3대로 연주한다. 율기는 손으로 칠채를 연주하고, 첼로와 훈이 복잡한 리듬 위에 선율을 이어가면서 단연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반면, 전통바탕은 창작곡의 기품과 또 달랐다. ‘영산회상’이라 불리는 두 번째 곡 <소편영상회상>에서는 기존에 시도치 않은 도자기 편경 2개와 송훈, 장구로 새로 편성해 향피리를 대신해 부드러운 음역을 소화했다. 다섯 번째/여덟 번째 곡, 아쟁과의 시나위 <송훈·아쟁 2중주>/<서용석류 송경근가락 ‘송훈산조’>와 같은 전통음악 제스처 또한 송훈사운드의 정체를 더욱 확고히 했다. 심한 요성·퇴성으로 슬픈 느낌의 속성을 지닌 시나위는 태평소 곡조 대신 아련한 송훈으로 대체했다. 본래 미분음이 가능해야 하는 기악 독주곡이 바로 산조다. 효과음으로만 쓰인 옛 훈이 가진 5개 지공으로는 불가능한 곡인데, 지공 하나를 더 제작, 개량한 송훈이라 가능했다.<서용석제 송경근류 훈 산조>는 2022 돈화문 국악당에서 진행한 <산조대전>에서 12분 길이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2018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공간 서리서리가 공들인 ‘송훈 사운드스케이프’는 어쿠스틱 하모니와 지공 추가의 기지로 12율을 완성하며 전통을 기치로 창작, 실험, 개성이 뚜렷한 글로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 아이덴티티월드뮤직그룹 공명이 그랬듯 공간 서리서리 또한 전지구화된 예술적 실천으로 관객에게 ‘흙’이란 ‘원형적 감각’을 선뜻 소개했다. 더 나아가 감각의 원형을 모티브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전통’이란 ‘민족공동체’ 진영을 소환하였다. 송경근은 송훈 복원개량 후 가장 먼저 연주해 보고 싶은 곡이 <소편영산회상>이라 했다. 이는 한국 전통음악의 정수인 곡을 더 이상 중국의 수입 악기로서가 아닌 오롯이 한국 전통악기로 연주함으로써 진정한 한국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까닭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송경근의 복원과 창조는 근본적으로 미래지향적이다. 도자기 타악기 율기를 만들고, 전통악기 훈과 경을 복원했다. 이를 실현 시킨 복원과 창조의 힘은 무엇이고 또 그 실천의 근간은 무엇이었을까. 그에 의하면 “중국 훈을 한국 훈으로 속여 파는 일상이 송훈 제작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복원의 실천은 전통의 정체성 이슈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전통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전통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어떻게 고민되어야 할까. 정체성이란, 실체도 없고 고정적 본질도 없으며, 심지어 불변하는 것 또한 아니다.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듯 송경근 대표가 부여해 낸 송훈의 전통적 가치, 즉, 송훈이 갖는 잠재된 정체성은 영적 감수성을 지닌 전통의 속성만 있을 뿐, 인류에게 유구한 흙이란 존재처럼 우리에게 무한한 아이덴티티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2025 여름
2025 여름
지난 2024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국악진흥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한편, 여민락(與民樂)이 세종실록에 처음 기록된 6월 5일을 국악의 날로 지정하며, 국악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는 국악의 날 지정 첫해로, 6월 5일부터 15일까지 국악 주간을 지정하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를 기념하는 국악 행사를 개최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에서도 6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하며 국악 주간 행사를 운영했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청년 국악인 공연 기획 실무 특강 <국악 기술을 만나다>를 시작으로, 동해안 별신굿 국가무형유산 지정 40주년을 기념하며 <동해안 별신굿 : 남산은 본이요>와 춤 인생 65주년을 맞이하는 운초 김은희 선생의 <일무지관>을 공동 기획으로 선보이는 등 국악의 독창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묵직한 무대를 마련했다. 돈화문 국악당에서는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기획된 <2025 국악 플러그인>을 시작으로, 전시와 체험, 아트마켓으로 구성된 시민 주도형 프로그램 <돈화문 전통생활문화축제>가 열리는 등 국악 문화예술의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무대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돈화문 국악당에서 진행된 <2025 국악 플러그인>과 <돈화문 전통생활문화축제>는 시민들이 조금 더 가깝게 국악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마련했다는 지점에서 남다른 성과를 남겼다.공감하며 즐길 때 더해지는 흥미로움<2025 국악 플러그인> 연주자_ 야금야금국악 주간 기념, 전통예술인 국악 활성화를 목적으로 청년 국악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오현지(활동명 야금야금)의 <야금야금 콘서트>가 6월 6일 돈화문 국악당에서 공연됐다.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야금야금은 그간 창작곡, 영화/애니메이션 OST, K팝 등 동시대의 다양한 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며 독창적인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번 돈화문 국악당에서 <국악 플러그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그의 무대에서도 국악 예술의 깊이는 물론, 익숙한 멜로디를 좇아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악’의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과 공감하는 무대로 채웠다. 3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김세나(활동명 먹스나)의 사회로 시작된 <국악 플러그인>은 말 그대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온택트 콘텐츠’를 통해, 청년층은 물론, 어린아이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국악 대중화 및 저변 확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연주자나 사회자 모두 대중과의 직접적 소통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초청,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주가 되는 프로그램에 무언가를 추가하여 기능을 확장한다”는 ‘플러그인’의 사전적 의미처럼, 전통예술인 국악을 근간으로 동시대의 문화 콘텐츠를 접목,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확장된 무대는 국악을 좀 더 가깝게 인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사회자 먹스나의 소개대로 전통적인 12현의 가야금이 아닌, 25현의 개량 가야금을 연주하는 야금야금의 무대는 그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는 를 시작으로 관객을 만났다. 이후 영화 <사도>의 ‘꽃이 피고 지듯이’, <위대한 쇼맨>의 ‘Rewrite the stars’ 등 익숙한 영화 OST 연주로 관객과 교감하며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협연으로 인연을 맺었던 미국 팝가수 라우브(Lauv)의 곡은 물론, 무대에서 처음 공개한 창작 신곡 <회전목마> 등은 국악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색다른 발견을 주는 무대였다. 첫 음이 연주되자마자 박수가 나왔던, 애니메이션 <이누야사>의 ‘시대를 초월한 마음’,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 같은 연주곡 역시, 국악의 즐거움과 다양함을 만나는 경험이었다. 관객과의 미니 토크쇼 역시 이러한 흥미로움을 배가 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사전에 극장 로비에 적어 놓은 질문에 연주자가 대답하고, 질문자의 신청곡을 즉석에서 연주하는 과정은 다소 엄숙한 국악 공연에서 쉽게 보지 못한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이 국악 전문 공연장인 공간을 인식하는 정서도, 가야금 연주를 듣거나 보는 마음도, 국악 예술인을 보는 시선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친밀함이 엿보인다. 국악을 배우고 있는 학생부터, K팝을 좋아하는 아이들,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애창곡이 가야금으로 연주될 때 어떤 느낌인가를 듣고 싶어졌다는 장년 관객에 이르기까지, 이번 돈화문 국악당이 새롭게 시도한 관객과의 소통은 향후 더 다양한 프로그램의 확장과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전통예술의 매력 제1회​ <돈화문 전통생활문화축제> 지난 6월 7일 개최된 제1회 <돈화문 전통생활문화축제>는 돈화문 국악당의 중장기적 비전과 흐름을 같이 한다. 2025년 돈화문 국악당은 국악 예술의 저변 확대 및 공연장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생활문화 영역에 주목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이어질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여, 공연장의 여건에 적합한 환경에서 시민 예술과 연계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돈화문 국악당만의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주요한 사업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이번 국악 주간을 맞아 돈화문 국악당에서 처음 개최된 제1회 <돈화문 전통생활문화축제> 역시 바로 이러한 흐름에서 새롭게 시도된 프로그램이다. “전통 생활문화예술인과 함께 공연, 전시, 공예 등이 어우러진 소규모 축제를 개최, 생활 속 전통예술의 가치를 조명하는 한편, 관객과의 소통을 통한 국악의 일상화를 도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돈화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생활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생활 기반의 국악 콘텐츠를 통해 전통문화 생태계의 활성화를 모색한다는 계획은 지역 문화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축제로 구체화 되었다.북촌탁구장을 마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박현정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공연에는 총 3팀의 전통분야 생활문화예술 동아리가 참여했다. 첫 번째 무대는 ‘이채로와 colorful’의 가야금 공연으로 진행됐다. <영목>, <도라지>, <얼음연못>을 연주한 이채로와 colorful은 북촌문화센터를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야금 동아리다. 초등학생 연주자는 물론, 국악 전공자와의 협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 탄탄한 실력의 가야금 연주를 선보였다. 두 번째 무대는 ‘해금쟁이’의 해금 연주가 이어졌다. 종로구에서 15년 동안 활동해 온 경력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구성원들이 <민요 메들리>, 드라마 ‘연인’의 OST <달빛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나라>를 연주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마지막 공연은 ‘효명, 즐거운 만남’이 선보인 궁중무용이었다. <춘앵전>, <학무>, <검기무>를 선보인 효명은 종로궁중무용협회에서 모인 종로구 소속 동아리다.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연세 지긋한 장년층까지 함께 구성된 출연진들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궁중무용의 재미를 더하며 전통예술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했다. 60분 남짓 무대를 채운 3팀의 공연에는 예의 전문 예술가들 못지않은 자세와 진중함이 엿보인다. 손가락 하나의 울림, 움직임 하나하나에 그려지는 동작, 무대를 채우는 호흡들은 이들이 얼마나 전통예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오롯이 전해진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역시 동일한 호흡으로 공연을 관람하면서 함께 전해지는 긴장감은 이런 무대가 주는 독특한 매력이기도 하다. 공연장 로비에서 진행된 서예 작품 전시는 물론, 국악당 야외에서 진행된 아트마켓은 다양한 전통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져 시민들의 발걸음을 세웠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부터, 인근에 놀러 온 시민들까지, 전통문화의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 그것을 통해 일상에서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국악 문화로 인식을 넓혀가고자 했던 <돈화문 전통생활문화축제>는 그렇게 의미 있는 첫걸음을 시작했다. 지속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 기회 만들어야  돈화문 국악당에서 국악 주간에 시도한 <2025 국악 플러그인>과 <돈화문 전통생활문축제>가 지향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일상 속 국악 예술의 확산이다. 물론, 오랜 수행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전문 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국악의 특성상, 생활 속에서 편하게 마주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하지만, 이제 국악 예술을 수행하는 주체도 다양하고, 그것을 향유하고 즐기는 방식도 달라졌다. 오히려 다른 예술 장르보다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함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것을 조금 더 명확하게 발견하게 해준 기회가 바로 이번 프로그램이다. 남은 과제는 지속성을 갖고 확장하는 힘이다. 이전보다 다양한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돈화문 국악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회가 넓어지는 것, 어쩌면 그것에서부터 국악 문화의 저변 확대를 꿈꿀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 국악의 날을 맞아 추진된 새로웠던 시도가 더 깊고 다양한 무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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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 샅샅 현장 SKETCH
2025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 상주단체 INTERVIEW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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