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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웹진 山 : 門

2025 봄
2025 봄
 남산 북쪽 기슭 고즈넉한 한옥들이 아담하게 자리한 남산골한옥마을. 수렴한 남산 산세와 어우러져 존재감마저 자연스럽다. 여기 온 이유는 달리 있으니 전통예술 공연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서울남산국악당을 찾기 위해서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필동(筆洞)은 과거 사대문 안에 위치한 곳인데 매년 굿 공연을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전통의 뿌리와 근원을 찾는데 진심을 담은 서울남산국악당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필자 또한 민속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입장으로 한민족의 삶이 녹아있는 세시풍속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바뀌었다고 해도 생활풍습에 얽힌 이야기는 대중에게 호기심과 친근감을 자아낸다. 객석은 전석 매진이다. 현장에는 당일 발권이라도 하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이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되돌리는데, 내년부터는 예약 전쟁이 될 성싶다.과거로 보나 현재로 보나 굿을 찾는 여성 관객이 많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풍습이 고무적이다. 우리 속담에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못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평상시 억눌린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명을 마음껏 풀 수 있는 곳이 굿판이다. 설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려고 오신 관람객이라고 생각하니 날 한번 잘 잡았다.​​ 2025 민혜경 만신 <새해 대운맞이 굿> _ⓒ 이현석         함축적인 반응공연장 안으로 들어서서 무대 위에 차려진 전안상(신령을 위해 차린 상차림)을 보니 강림하신 신령님들 거하게 놀고 가시겠다. 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환(무신도(巫神圖))이 무대 뒷면을 모두 채웠다. 만신(萬神, 무녀의 높임말)이 모시는 신들이라고 하면 ‘일만 만(萬)’자를 쓰는 이유가 그냥 생기진 않은 듯하다. 오색의 장발(제장(祭場)을 장식하는 기다란 종이장식)이며 개(장군개(將軍蓋)), 지화(紙花)까지 화려함이 극에 달한다. 황해도 무형유산 만구대탁굿을 선보이는 자리는 아니긴 하나 장식이 축소된 것이라고 하니 경관만신(총괄하는 무당)의 위엄이 느껴진다. 프로그램은 총 12개, 굿의 의례로 보면 열두거리로 보고 굿 공연 특성상 축약하여 여러 볼거리(무용, 탈춤, 판굿)를 제공했다.​  첫 프로그램은 ‘신청울림’으로 관객이 입장하기 전 하늘과 땅에 알림과 동시에 주당(악독한 살기나 악귀) 잡귀를 쫓아내 굿청을 깨끗이 하고 관객을 맞이한다. ‘제례의식(대풍류)’에서는 굿청에 오신 모든 분에게 복을 기원한다. ‘상산맞이’는 산천거리 또는 산거리로 본격적인 굿이 시작되며, 맑은 정기를 가진 산천의 신들 즉 산신들을 모시고 기원한다. ‘초감흥거리’는 굿청에 모실 모든 신령님을 좌정시키고 여러 가지 무구(巫具)나 무복(巫服)을 가지고 놀려드린다. ‘경기검무’는 삼현육각의 반주에 맞춰 맨손 춤사위와 칼 춤사위로 구성된 전통무용으로,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 강인한 기상과 여성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춤이다. ‘칠성제석거리’는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성신(星神)으로 수명장수와 소원 성취를 관장하고, 제석신은 자손의 점지나 출산을 도와주는 신으로 명과 복을 바라는 굿이다. ‘강령탈춤(말뚝이)’은 도약하는 남성의 기상과 젊음을 상징하는 두 명의 말뚝이가 용감성과 우월성을 표현하는 탈춤이다. ‘타살감흥거리’는 원한이 맺혀 죽은 신들을 고기로 달래고 도당(都堂, 마을신, 마을신의 제단)의 안녕을 발원한다. ‘대감거리’는 진사대감, 판서대감, 벼슬대감, 홍패대감 등 여러 대감을 불러 노래와 춤으로 흥을 북돋아 주고 풍요와 부귀를 기원한다. ‘장군거리(작두거리)’는 장군복을 입고 작두를 타며 영험을 극대화해 관객들에게 공수(무당을 통해 인간에게 내리는 신탁 중 말로 이루어진 부분)를 주면서 굿의 클라이맥스에 오른다. ‘사물판굿’에 이어 마지막으로 굿을 관람하는 모든 사람과 축제로 향하는 ‘대동춤판’은 관객들과 함께 흥과 신명을 나누며 굿을 마무리한다.​   2025 민혜경 만신 <새해 대운맞이 굿> _ⓒ 이현석 굿이 끝남과 동시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격렬한 환호와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굿이 이렇게 마니아층이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반응이었다. 이날 오신 관객의 절반 이상이 굿을 처음 접한 사람이었고, 주최 측 역시 지인을 동원하지 않았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반응을 이끌게 한 것은 함축적이다. 관객과 무대가 상호작용을 하며 교감하고 소통한 모두의 결과물인 것이다. 필자도 굿을 제법 접해본 사람으로 그날 민혜경 만신 <새해 대운맞이 굿>은 과거 마을 사람들이 춤을 추고 노래하며 무감서기(청중이 무복을 입고 굿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행위)로 모두 하나가 되었던 대동굿을 연상케 했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만신도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공수로 전했다. 서로 소통하며 모두가 함께 굿판을 만들어간 것이다. 이런 무대를 가능하게 한 것은 민혜경 만신의 카리스마 있는 의례성과 신명으로 즐기는 연희성이 돋보이며, 무당이 지닌 신기(神氣)를 통해 우리 마음속의 응어리지고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2025 민혜경 만신 <새해 대운맞이 굿> _ⓒ 이현석  민혜경 경관만신“천지신명께 천우신조를 아룁니다. 삶의 혼란을 물려내고 삶의 풍요로움을 춤으로 신명께 바라고 소리로 전하오니 남산에 깃을 두고(깃들고) 국악당에 닿는 걸음 명복(命福) 나려 도우소서.” 그날 공연장에 오신 모든 분에게 대운이 들어오는 새해 신령의 기운으로 악운을 막고, 좋은 운을 내려 달라고 올리는 민혜경 경관만신의 정성이 담긴 사설이다. 민혜경 만신(황해도 무형유산 만구대탁굿 전승교육사)은 어린 나이부터 신병을 앓다가 22살 나이에 이옥희(쌀집 만신)를 통해 내림굿을 받았다. 어렵고 힘들기로 소문난 황해도 강신무를 배웠다. 하루아침에 삶의 방향이 바뀌고 신을 모시는 무당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역동의 시간 속에서도 순탄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 11년간 감악산 대응암 굿당에서 여러 큰 만신들을 만나 울기도 많았던 힘든 나날이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본인에게 큰 축복이며 원동력이라고 했다. 현재 황해도 만구대탁굿 전승교육사로 전승과 보존에 힘쓰고 있으며 강박수(1대), 김기백(2대), 우옥주(3대), 정학복(4대), 김계순(5대), 민혜경(6대) 및 이동균(상장구) 대대로 이어지는 무형유산의 가치를 켜켜이 쌓아 올리길 소망했다. 앞으로 민혜경 만신은 더 험한 길을 선택하고 달리려 한다. 많은 이의 시선과 생각을 돌려놓기를 원한다. 2022년 슈테파니 티어쉬(Stephanie Thiersch) 예술감독과 협업한 작품 <공허와의 만남>은 프랑스 님(Nimes)에 있는 극장에서도 공연되어 한국의 굿을 세계에 알렸다. 그는 전통과 현대를 이끄는 예술적 기량과 만신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밖에 ‘대운맞이 굿’, ‘희망 놀이굿’, ‘꽃맞이 굿’, ‘비나이다’ 등을 통해 한국 굿의 예술화, 공연화, 대중화에 관한 남다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모든 문화는 대중 속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상기하며 순수예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다. 한국 무속에 내재한 예술적 아름다움과 함께 실제 굿판에서 펼쳐지는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흐름을 유지해 섬세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녀가 행하는 굿판은 구경꾼의 시선을 강하게 붙든다. 한 발짝도 떨어지기는 어렵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어떤 벽을 어떻게든 허물어버린다. 자발적으로 마음을 열고 참가하지 않은 굿판은 민혜경 만신에게는 어렵고 힘든 굿이다. 종교, 문화, 사상을 넘어 굿을 통한 상생과 공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25 민혜경 만신 <새해 대운맞이 굿> _ⓒ 이현석 공존하고 공생하는 종교문화로한국만큼 종교에 관대한 나라는 드물다. 부처님 오신 날, 개천절, 성탄절이 공휴일로 지정된 나라이다. 오래전 여러 외래 종교가 수용되는 시점만큼 동병상련의 아픈 마음으로 함께했던 것이 무속이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 다양한 문화, 사상, 철학이 있었고, 한민족 문화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일제 강점기를 겪어왔지만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 성격보다 다원주의로 승화시켜 공존해왔다. 같은 처지, 비슷한 경험으로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화합을 추구했다. 자기 것만 옳다고 여기지 않는 종교문화가 한국에 자리 잡혀있는 것이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그리고 스스로 종교가 없다고 하는 무교까지. 모두 한반도의 토착문화와 조화롭게 융합되어 상생이라는 우리 문화 가치의 근간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특히 신라 말 고려시대에 불교는 무불습합(巫佛習合)이라 해서 무속과 융합되어 사상, 신앙, 의례, 풍속 등이 수용되는 양상이 보이기도 했다. 그 예로 산신각, 칠성각, 용왕각 등이 생겨났고 무당도 여러 불상을 모셨으며, 법사(法師)라는 불교적 호칭을 사용한다. 그리고 고려 말에서 조선시대 유교에서는 관아에 부군당(府君堂)을 설치하고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반도의 무속은 조화와 상생을 통해 종교문화의 뿌리를 지켜왔다. 퇴락한 저급 종교의 양상이라고 비판하는 주류 종교의 넓은 시선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글 강경원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 민속공연 기획·연출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특별함을 찾고, 민족문화의 가치를 찾아 공연예술에 몰입한다.      
2025 봄
2025 봄
<산조대전>은 2021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대표 기획 공연이다. 올해는 특별히 포럼 “산조의 경계를 그려보다”를 통해 지난 <산조대전>을 톺아보고, 연주자, 평론가들이 모여 ‘산조’의 음악적 특성, 위치, 앞으로의 방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발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산조-하기’라는 개념을 떠올렸다.음악인류학자 크리스토퍼 스몰(Christopher Neville Charles Small)에 의하면, ‘음악하기(musicking)’는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다. 음악에 관한 모든 ‘–하기’를 일컫는 말이다. 음악을 듣거나, 공부하거나, 연주하는, 음악에 관한 모든 능동적 행위가 ‘음악하기’에 포함된다. ‘산조-하기’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산조를 듣거나, 공부하거나, 연주하고, 산조에 대해 말하는, 산조에 관한 모든 능동적 행위가 산조-하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산조대전>은 연주자와 관객, 기획자와 평론가 모두가 ‘산조-하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글은 공연과 연주에 대한 평을 하기보다, 산조-하기에서 ‘듣기’를 다룬다. ‘듣기’의 행위를 하는 주체인 ‘나’는 ‘평론가’와 ‘연주자’ 사이를 횡단하는 존재이다. ‘듣기’의 관점에서 산조를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WHERE: 산조는 어디에서 들리는가?관객은 산조를 어디에서 듣는가? 아니, 질문을 바꿔보자. 산조는 어디에서 들리는가? 주로 산조가 들리는 자리는 졸업 연주회나 독주회이다. 이유는 명징하다. ‘산조’는 독주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지면 산조는 ‘듣는 자’를 위한 음악은 아니다. 졸업 연주회나 독주회가 관객을 위한 음악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두 경우 모두 연주자의 성장한 기량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분명한, 연주자를 위한 공연이며 이때 관객은 그를 응원하는 가족이나 동료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관객 중에 ‘배움’에 목적을 둔 후배나 제자도 있을 것이다. <산조대전> 또한 독주회의 개념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내가 공연을 본 3월 15일 공연 권새별 <한범수류 해금산조>(고수 장재영), 박종현 <서용석류 대금산조>(고수 김태영)의 객석도 가족과 동료, 선후배와 제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동료를 응원하기 위함에 목적을 두지 않고 공연장에 온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WHAT: 산조는 어떤 음악인가?산조는 어떤 음악인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산조는 연주자를 위한 음악이다. 연주자의, 연주자에 의한, 연주자를 위한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악-기악 전공자는 산조를 배우는 그 순간부터 국악 인생이 저무는 날까지 산조를 연마해야 한다. ‘해야 한다’의 당위가 붙는 것은, 그만큼 산조가 연주자 역량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산조는 단숨에 배울 수는 있어도, 완성할 수는 없다. 산조는 시간을 먹고 자란다. 시간에는 연습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의 삶, 그에 따른 사유까지 포함된다. 물론, 시간 외 다른 먹이들이 있을 수는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산조는 시간의 담보 없이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젊은 산조’라는 이름으로 산조가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산조를 연마하는 연주자에게 ‘시간’은 필수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3월 15일 공연의 연주자들은 그 조건을 열심히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자 이태백은 권새별의 연주를 리허설에서 듣고 “이전보다 더 성음이 좋아졌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산조에서 ‘성음(聲音)’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는 설명하기 입 아플 정도다. 성음 또한 위에 언급한 조건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리라.​   HOW: 산조는 어떻게 듣는가?산조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 국악 전공자에게 이 질문은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다. 진양부터 자진모리까지 향하는 산조의 스펙터클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는 공연을 보며 내가 바뀌는 장단에 맞추어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양에서는 기-경-결-해에서 ‘해’에 도달했을 때 숨을 크게 내쉬었으며, 중모리-중중모리에서는 9박 강세에 맞추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였다. 자진모리로 넘어가서는 장단 호흡을 따라 몸이 절로 움직였다. 이 모든 것은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저 산조가, 장단이 체화되어 나오는 습習과 같다.​이렇듯 산조는 장단을 모르면 즐기기 어려운 음악이다. 우조, 계면조와 같은 선법도 마찬가지다. 산조의 선법과 장단의 변화를 알아차릴 때, ‘듣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그렇다는 것은, 산조는 모르면 잘 들리지 않는 음악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산조 연주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전공자 혹은 관련 업계 종사자일 수밖에 없는 것을 납득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HOW TO DO: ‘박제’와 ‘흩음’ 사이를 횡단하기권새별, 박종현 연주자는 한 음도 허투루 내지 않는 꼼꼼하고 세심한 산조 연주를 들려주었다. 연주자들의 나이에 맞는, 시간을 성실히 먹고 자란 연주였다. 한범수류 해금산조는 부끄럽게도 처음 들어 보았는데, 지영희류 해금산조와 달리 편한 음역대와 단정한 선율이어서 신선했다. 권새별 연주자는 아주 잘게 쪼개진 박 안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섬세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박종현의 서용석류 대금산조는 내가 앉은 가장 뒷자리 객석까지 대금의 청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거칠고 힘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다만, 고수의 장구 연주가 대금보다 앞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어 아쉬웠다. 두 연주자 모두 이 무대를 위해 얼마나 땀 흘리며 준비했을지 연주를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정성 듬뿍 묻은 연주를 들으며 ‘산조-하기’에 ‘듣기’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산조대전>이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대표 기획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산조’라는 음악 양식이 품고 있는 켜켜이 쌓인 시간의 힘 덕분일 것이다. 시간을 먹고 자라는 산조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허튼가락’이다. ‘박제’와 ‘흩음’ 사이를 비정형적인 선을 그리며 횡단한다. 언제나처럼 시간은 성실히 흐르고, 산조-하기에 동참하는 이들의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옷을 입고 새롭게, 또 깊게, 형성될 산조를 기다린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 <산조대전> 또한 산조-하기의 현장으로 굳게 자리 잡고 있기를 바란다.​ 글 백소망  ​음악그룹 아마씨 대표로, 노래를 짓고 부릅니다. 공연을 만드는 일을 애정하고, 종종 전통공연예술에 관한 글을 씁니다. 전통음악과 애증 관계에 있습니다.   
2025 봄
2025 봄
​ 서울남산국악당은 2007년 개관한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전통 공연예술의 진흥과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전통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전통 한옥의 미감을 살린 건축 양식으로 많은 시민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국악당은 개관 이후, 20여 년간 다양한 공연으로 시민들을 만나왔으며, 신진, 중견, 명인들의 활동 무대로서 전통예술 분야의 대표적인 창작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지난 2월 27일 서울남산국악당 체험실에서 진행된 상반기 운영자문위원회에서는, 국악당의 그간 성과와 향후 운영 방향을 공유하는 한편, 서울남산국악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중론을 모았다. - 편집자 주​           변별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 개선전통성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무대 모색시민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및 개선 운영자문위원회에서는 서울남산국악당의 특색과 상징성을 모색하는 한편, 전통예술의 시민 접근성을 확대하고, 예술가들의 창작산실로서 국악당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주요 화두로 논의됐다. 그간, 국악당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운영위원들은 정체성 확립과 함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공연장의 콘텐츠를 예술가들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젊은국악 단장> 같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의 지속 확대를 통한 브랜드 정립이 더 명확하게 요구되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와의 사업 연계 방향이 달라지는 상황인 만큼, 프로그램의 선정 및 지원 방향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적합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악당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으로서 긍정적인 성과를 남겼던 <남산컨템포러리> 같은 사업 등을 통해 전통예술 분야의 시의성을 선도할 수 있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더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공연장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사업과 계획에 대해 동의하는 한편, 관객들이 공연 관람 시간 외 방문하는 횟수가 많아지는 추세인 만큼, 로비에 공연 사진을 게시하거나, <남산샅샅>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세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덧붙여 프로그램 고도화를 통해 체험실 등 공간 활성화의 필요성도 고민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시도를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써, 20년간 쌓인 극장의 역사를 무대에 올리는 기획이나, 기존의 공연을 활용하여, <24시간 콘서트>나 <막걸리 콘서트> 같은, 시민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공간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확장하려는 시도만큼, 깊이 있는 공연 기획이 병행되어야 균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였다. 서울문화재단 등과 연계하여 <생활국악동호회 페스티벌> 등 국악을 즐기며 활동하는 시민들과의 협업 프로그램을 개발, 서울남산국악당이 다양한 주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 ​​  전통예술 특성을 반영한 지원 필요신진 발굴 및 중견들의 활동 무대 확대기획력을 통한 공연장의 차별화 운영자문위원들이 중요하게 논의했던 또 다른 쟁점은 서울남산국악당의 변별력 있는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로 모아졌다.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전통 분야의 다양성을 발굴하고, 이를 근간으로 한 창작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통예술을 대표하는 극장으로서 신진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공연장으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역시 중요한 논의로 이어졌다. 다만, 국악계에서 40대 예술가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공연 언어를 만들어가는 40대 예술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으로 균형감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또 다른 측면에서, <강연>이나 <다담> 같은 콘텐츠를 통해 국악계의 원로 명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하기도 했다. 운영자문위원들 역시 제시되는 모든 의견을 담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공연장은 어떤 비전과 방향성을 모아내느냐에 따라서 정체성이 달라지는 만큼, 서울남산국악당이 이전과는 또 다른 명확한 미션을 갖고 운영되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그런 관점에서 국악 공연 외에도 무용과 연희 등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공간으로 시선을 확장하고, 독창적인 색깔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전통 분야의 예술적 담론이 더 깊이 있게 고민되는 공연장으로서의 변별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2025년 상반기 서울남산국악당 운영자문위원회에서 제시된 화두는 오랜 기간 공연장이 직면해 왔던 개선의 내용이기도 하지만, 전통예술의 확장을 위해 국악인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는 인식이다. 2027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남산국악당이 조금 더 흥미로운 국악 공연의 매력을 발견하는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당부를 덧붙였다.정리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웹진 [山 : 門] 편집실 
2025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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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부터 서울남산국악당과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위탁운영사(㈜컬처브릿지)가 바뀌었다. 남산골한옥마을의 운영은 다른 운영사가 맡아 분리되고 두 공연장만을 운영하는 체계로 달라졌다. 이에 두 국악당의 운영 취지와 특성을 고려하여 공연장별로 구성된 운영자문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각 공연장을 활성화하는 방안과 운영 방향성 등을 조율해나갈 예정이다. 웹진 [山:門]에서는 2025년 상반기 ‘서울남산국악당 운영자문위원회’와 ‘서울돈화문국악당 운영자문위원회’가 제안하는 내용을 살피고, 현장에서 바라는 국악당의 청사진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장소적 특성은 경쟁력이다차별화된 콘텐츠로 국악 관객의 저변 확대국악과 일상을 잇는 자연스러운 연결고리 지난 2월 7일, 서울돈화문국악당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서울돈화문국악당 운영자문위원회에 참석한 운영자문위원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장소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관객개발을 위한 특화 콘텐츠 개발, 상설이나 시즌별 프로그램 발굴 등을 제안했다. 서울의 주요 문화재・관광지가 밀집한, 일종의 문화 벨트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들이 모여 있어 관객개발에 유리하다고 봤다. 가령 정부가 지정한 ‘국악의 날’(6월 5일)만 하더라도 인근에서 국악 축제와 행사가 집중되는 만큼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지닌 장소적 매력은 충분하다고 여겼다. 이에 격과 권위가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국악 관객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만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를 바랐다.  단순히 체험에서 끝나는 전통문화 프로그램과 다르게 전통의 미학을 공감하는 체험과 교육, 나아가 국악 공연 관람까지 연결하는 장기적이며 심도 있는 콘텐츠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위치적,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이곳에 와야지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고, 세대별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국악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구가 되기를 원했다. 이를테면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마당에서 새벽 연주회를 연다면 이곳의 장소적 매력과 특색 있는 공간성으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를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지붕 위를 오가는 고양이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새로운 홍보 기획을 세울 수도 있다. 운영자문위원은 전문 국악 공연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서울돈화문국악당 자체가 대중에게 소구할 만한 일종의 브랜드로 자리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여겼다. 특히 국악과 일상을 잇는 자연스러운 어떤 연결고리로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게 운영자문위원의 중론이었다.​ 적극적인 참여 경로 발굴시민예술과 생활예술 영역에 주목다양한 시민 주체와 지속적인 활동 도모 이러한 관점에서 운영자문위원은 시민예술이나 생활예술 영역에서 국악의 저변 확대를 도모할 만한 잠재적 요소를 발굴해야 한다고 봤다. 일부 운영자문위원은 이미 여러 기관이나 국악 전문 공연장에서 운영 중인 상설공연이나 기획 프로그램과는 차별성을 가져야 하기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시민예술과 연계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지역사회와 연계된 커뮤니티가 공연장을 매개로 국악인을 지속해서 만나는 계기를 마련하고, 대학이나 시민 동아리 활동 등과 연결하여 국악의 체험 경로를 넓혀서 잠재관객의 확장 경로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하기 위해서도 주변의 회사원이나 노년층을 비롯하여 지역주민을 관객으로 끌어올 방안도 필요하다. 이러한 대상들이 ‘국악의 날’ 행사에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닌, 축제나 행사를 통해 적극적인 참여 주체가 된다면 국악의 일상화가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봤다.​  국악인의 활동 지원유통구조에 일정 역할 기대홍보 활성화 방안과 현장의 참여 도모 운영자문위원은 어린이 대상의 특화 콘텐츠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유년기에 국악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성인일수록 국악 공연장을 찾는 것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상업적 유통구조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하는 국악 시장에 이러한 어린이 대상의 국악 콘텐츠가 시장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악 시장의 여건을 고려하여 운영자문위원은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소개하거나 지원하는 국악 공연을 대상으로 다음의 유통 경로를 이어주는 아트마켓과 같은 기능이나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국악 공연의 유통 면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국악계에 진입하려는 신진 국악인이나 전업 국악인이 계속해서 예술 활동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연장이기를 바랐다. 이 외에도 운영자문위원은 국악 공연은 공연일수가 짧기에 여타의 공연예술과 달리 공연 정보나 검색이 제한적이며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며, 리뷰도 많지 않아 부가적인 정보 생산성도 낮다고 봤다. 이를 보완해줄 관객 리뷰단이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정보나 홍보 창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정체성과 운영 방향에 부합한다면 국악 활성화를 바라는 현장의 아이디어나 제안을 받는 창구를 열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러한 제안에 위탁운영사인 ㈜컬처브릿지는 관객 리뷰단 발굴과 국악계 현장에서 제안하는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를 상시로 수렴하는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편, ㈜컬처브릿지는 오는 6월에 서울남산국악당과 서울돈화문국악당의 홈페이지를 통합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산 절감과 홍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개별화된 두 공연장의 운영 방향성에 맞춘 콘텐츠의 특성이나 기획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다. 이에 서울돈화문국악당 운영자문위원은 이러한 의미 있는 변화가 앞으로 국악 활성화를 위한 긍정적인 토대로 자리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덧붙였다.정리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웹진 [山 : 門]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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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산조대전>이 시작된 지 5년째 되는 해다. 매년 저마다의 지향점을 제시하며 알찬 음악 무대를 꾸려왔기에, 산조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 행사로 인정받고 있다. 산조의 존재와 중요성 인식에서 출발해 점차 그 가치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예술적 정체성을 충실히 담아온 연주들은 산조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 그리고 경험론에 대한 고뇌와 고찰의 과정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2025년의 산조는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며, 자신에 대한 논리적 해석과 이해를 요구하고 있을까? 올해 <산조대전>은 “산조의 경계를 그려보다”라는 포럼 주제로 산조다움과 산조스러움에 대한 명확한 규명 혹은 그 묘출을 위한 숙고의 시간으로 시작되었다. 어떠한 예술이든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송현민 월간[객석] 편집장, 원일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이소영 음악평론가, 허윤정 서울대학교 국악과 교수가 함께 논의를 나누며 깊이 있는 고찰을 이어갔다. 객석까지 이어진 열린 의견과 성찰의 진지한 담론을 짧게나마 기록해 본다.​  산조다움이란산조 안에 공존하는 여러 상반된 개념, 즉 양식적 틀과 표현적 개성, 음악적 필수 요소와 선택적 구성, 연주자와 청중, 계승과 독창, 과정과 결과 등 상충되는 요소들에 대한 분석이 토론의 큰 맥을 형성했다. 허윤정 교수는 산조를 ‘성음(聲音)의 예술’이라 정의하며, 이를 만들어내는 주체인 연주자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즉, “무엇을 연주하는가?”보다 “누가 연주하는가?”가 산조의 핵심이며,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성음 속에 전통의 계승과 즉흥성, 창작 능력, 예술적 영감 등이 포함되기에 산조의 정체성은 연주자의 독창성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소영 평론가는 산조를 ‘정신’과 ‘장르’의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산조는 연주자가 평생을 걸쳐 완성해 가는 음악적 ‘다큐멘터리’이므로 창작 능력이 지속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며, 이는 앞선 허윤정 교수의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동시에 산조는 형식화 과정을 거쳐 고정 선율로 정착한 음악이기도 하다. 즉, 양식적 측면에서는 “닫힌 장르”이지만, 연주자가 창의적 개성을 덧입혀야만 산조가 될 수 있는 “열린 정신”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송현민 편집장은 산조의 기원과 기획, 전체와 부분, 준(準)과 진(眞)이라는 세 개의 큰 틀을 제시하며, 산조의 본질은 결국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았다. 산조는 판소리를 기악곡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기획력과 창작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며, 이는 오늘날에도 새로운 산조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서로 다른 장단, 악조, 선율의 조합과 형성이 산조 생성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음악 요소의 가감과 재구성이 산조다움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다. 그는 산조가 아닌 허튼가락의 창작 과정을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즉흥적 가락이 정형화되는 과정에서 산조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일 예술감독은 산조를 생명체와 같은 존재로 보았다. 태어나서 변화하고 성장하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치는 유기체적 진화를 산조의 본질로 보았으며, 이는 인도의 라가(Raga)나 이란의 라디프(Radif)와 같은 타국 음악의 진화 과정과도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타 음악 문화의 창작 방식에서 산조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인 질문토론자들은 산조가 정형성을 갖추면서도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지만, 그 비율이나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긋지 않았다. 다만, 창조적 변화를 수반하는 수련과 탐색 과정 자체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산조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따라서 산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조 자체를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조가 아닌 것이 산조가 되어온 과정, 산조가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 그리고 타국 음악 문화 속 창조적 변화와 현대화의 원동력을 분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어떻게 정형의 양식 속에서 독창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객석의 젊은 연주자들이 거침없이 던진 질문 속에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담겨 있었다. 기존 형식을 습득한 후, 그것에 새로움을 불어넣기 위해 “새로움”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바른 새로움인지, 그리고 기존의 새로움과 다른 또 다른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악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었다. 현행 입시 제도가 닫힌 형식의 습득 능력을 가늠할 수는 있어도, 열린 정신과 창의적 상상력을 판별할 수 있는가? 앞으로의 산조를 위해 국악 교육은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포럼 진행 중 누군가 객석에서 던진 말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산조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산조의 세심함은 필요가 없어진다.”우리는 누구를 위해 산조다움을 고민하고, 그 경계를 그리려 하는가? 이 질문은 나를 다시금 <산조대전> 한가운데로, 또 다른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다.글 장윤희한국전통음악의 역사와 음악이론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사와 방법론적 접근, 국악의 현대화 및 대중화, 베트남의 K-pop 한류 등 다양한 음악사회문화 현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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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 샅샅 현장 SKETCH
2025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 상주단체 INTERVIEW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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