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해를 거르지 않고 진행되어온 단장의 과정도 온라인과 랜선을 통해 진행되었다. 탈춤을 응용한 이동빈의 ‘언박싱’,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가야금 연주자 박선주의 ‘NEW MUSIC’을 네이버TV와 서울남산국악당 채널에서 접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단장은 살짝 물꼬를 틀었다. 그간의 공모 방식이 아닌 현장 전문가 추천제로 진행되었다. 4인의 현장 전문가가 선정부터 기획 과정에 합류했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이 추천한 3인의 연희 예술가 김성현·이정동·정승하가, 무용 기획자 장승헌이 추천한 이이슬·김현선·최종민이, 음악학자 김희선이 추천한 가야금 연주자 김철진이, 음악평론가 송현민이 추천한 그룹 구이임이 단장의 네 무대를 빛냈다.
노은실은 판소리를 전공한 뒤 체코 국립예술학교에서 유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체코브루노국제공연예술제,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 오클랜드 아츠페스티벌 등 해외 공연 경력도 다수. 외부의 시선으로 판소리 내부를 살펴보는 그는 “스스로의 보이스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한다. “앰비언트 판소리(ambient pansori)는 기성 판소리의 기능적 표현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한 작품으로 목-소리를 통한 감각 확장과 명상을 주제로 창작한 것입니다. 작품에서 선보일 소리의 단편은 리서치를 통해 얻게 된 예술적 감각들을 연결한 것이며, 이는 물과 흙, 바람의 자연을 구성하는 상징들로 큰 틀이 구성되어 만물을 노래하는, 관음(觀音)의 순간을 구성해보고자 합니다.” 단장에 올릴 작품은 음반과 뮤직비디오로도 제작할 계획이며, 2024년 상반기에 체코에서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농악천하지대본은 6명의 연희자로 구성되었다. 넓은 의미의 연희 세계를 체험한 이들은 “다가오는 시대에 맞춰 농악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라는 첨예한 문제 의식도 품고 있다. 이 고민 앞에 이들은 ‘보존의 울타리’를 쳐가면서 동시에 ‘실험의 탈주선’도 만들어볼 예정이다.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을 위해 ‘홑/겹’을 콘셉트로 한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홑’은 하나입니다. 그 하나가 ‘둘’ 이상의 겹이 되면 다양한 조화를 추구하게 됩니다. 이렇듯 예술은 ‘1+1=2’가 아닌 ‘1+1=α’라는, 즉 알 수 없는 미지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 시공간에 함께 있는 홑(하나)이 겹(공연자-관객-연주자)이 되며 예술의 미지수를 만들어내고, 다시 홑(하나)이 되면 자신만의 선명한 색을 띠는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노은실과 농악천하지대본처럼 청년 예술가들의 핵심은 시선의 전이와 전환에 있다. 평범한 소재라 할지라도 새로운 시선과의 교접과 이접을 통해 소재는 기존의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난다. 그런 점에서 안무가 김기범의 소재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널뛰기’이다. 무엇보다 그는 운동으로 예술을 빚는 안무가답게 널뛰기에 내재된 운동성을 주목했다. “널판 가운데 둥근 짚단을 놓고, 상대방의 무게를 이용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널뛰기의 풍경은 물리적인 힘의 전달 과정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을 통해 널뛰기에 담긴 힘의 관계와 운동성은 물론 이를 확장하여 현대인들의 관계와 사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단장은 그가 구상 중인 시리즈의 첫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후 공기놀이, 딱지치기, 연날리기, 투호, 고싸움, 놋다리 밝기 등 전통놀이에 담긴 원리와 비밀들을 무용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음악평론가.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고, 충실한 ‘기록’이 미래를 ‘기획’하는 자료가 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 송현민 |
| 송현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