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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山:門 2025 봄
리뷰 | 누구를 위한 고민이어야 하는가
2025.03.28


2025년은 <산조대전>이 시작된 지 5년째 되는 해다. 매년 저마다의 지향점을 제시하며 알찬 음악 무대를 꾸려왔기에, 산조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 행사로 인정받고 있다. 산조의 존재와 중요성 인식에서 출발해 점차 그 가치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예술적 정체성을 충실히 담아온 연주들은 산조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 그리고 경험론에 대한 고뇌와 고찰의 과정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2025년의 산조는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며, 자신에 대한 논리적 해석과 이해를 요구하고 있을까? 올해 <산조대전>은 “산조의 경계를 그려보다”라는 포럼 주제로 산조다움과 산조스러움에 대한 명확한 규명 혹은 그 묘출을 위한 숙고의 시간으로 시작되었다. 어떠한 예술이든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송현민 월간[객석] 편집장, 원일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이소영 음악평론가, 허윤정 서울대학교 국악과 교수가 함께 논의를 나누며 깊이 있는 고찰을 이어갔다. 객석까지 이어진 열린 의견과 성찰의 진지한 담론을 짧게나마 기록해 본다.​

 


산조다움이란

산조 안에 공존하는 여러 상반된 개념, 즉 양식적 틀과 표현적 개성, 음악적 필수 요소와 선택적 구성, 연주자와 청중, 계승과 독창, 과정과 결과 등 상충되는 요소들에 대한 분석이 토론의 큰 맥을 형성했다.
 
허윤정 교수는 산조를 ‘성음(聲音)의 예술’이라 정의하며, 이를 만들어내는 주체인 연주자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즉, “무엇을 연주하는가?”보다 “누가 연주하는가?”가 산조의 핵심이며,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성음 속에 전통의 계승과 즉흥성, 창작 능력, 예술적 영감 등이 포함되기에 산조의 정체성은 연주자의 독창성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소영 평론가는 산조를 ‘정신’과 ‘장르’의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산조는 연주자가 평생을 걸쳐 완성해 가는 음악적 ‘다큐멘터리’이므로 창작 능력이 지속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며, 이는 앞선 허윤정 교수의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동시에 산조는 형식화 과정을 거쳐 고정 선율로 정착한 음악이기도 하다. 즉, 양식적 측면에서는 “닫힌 장르”이지만, 연주자가 창의적 개성을 덧입혀야만 산조가 될 수 있는 “열린 정신”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송현민 편집장은 산조의 기원과 기획, 전체와 부분, 준(準)과 진(眞)이라는 세 개의 큰 틀을 제시하며, 산조의 본질은 결국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았다. 산조는 판소리를 기악곡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기획력과 창작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며, 이는 오늘날에도 새로운 산조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서로 다른 장단, 악조, 선율의 조합과 형성이 산조 생성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음악 요소의 가감과 재구성이 산조다움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다. 그는 산조가 아닌 허튼가락의 창작 과정을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즉흥적 가락이 정형화되는 과정에서 산조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일 예술감독은 산조를 생명체와 같은 존재로 보았다. 태어나서 변화하고 성장하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치는 유기체적 진화를 산조의 본질로 보았으며, 이는 인도의 라가(Raga)나 이란의 라디프(Radif)와 같은 타국 음악의 진화 과정과도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타 음악 문화의 창작 방식에서 산조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인 질문

토론자들은 산조가 정형성을 갖추면서도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지만, 그 비율이나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긋지 않았다. 다만, 창조적 변화를 수반하는 수련과 탐색 과정 자체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산조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따라서 산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조 자체를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조가 아닌 것이 산조가 되어온 과정, 산조가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 그리고 타국 음악 문화 속 창조적 변화와 현대화의 원동력을 분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어떻게 정형의 양식 속에서 독창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객석의 젊은 연주자들이 거침없이 던진 질문 속에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담겨 있었다. 기존 형식을 습득한 후, 그것에 새로움을 불어넣기 위해 “새로움”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바른 새로움인지, 그리고 기존의 새로움과 다른 또 다른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악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었다. 현행 입시 제도가 닫힌 형식의 습득 능력을 가늠할 수는 있어도, 열린 정신과 창의적 상상력을 판별할 수 있는가? 앞으로의 산조를 위해 국악 교육은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포럼 진행 중 누군가 객석에서 던진 말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산조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산조의 세심함은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산조다움을 고민하고, 그 경계를 그리려 하는가? 이 질문은 나를 다시금 <산조대전> 한가운데로, 또 다른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다.




 장윤희
한국전통음악의 역사와 음악이론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사와 방법론적 접근, 국악의 현대화 및 대중화, 베트남의 K-pop 한류 등 다양한 음악사회문화 현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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