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에 들어서면 누각을 연상시키는 실내 공간이 펼쳐진다. 발바닥엔 나무 마루의 질감이 또렷하고 머리 위로는 서까래가 뻗어 있다.
창밖으로 창덕궁의 풍경이 건너다보이는 이곳은 창덕궁 정문의 이름을 딴 '서울돈화문국악당'. 때마침 흘러나오는 경기민요의 노랫가락이 국악 전문 공연장이라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위치한 자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 왕실의 음악 기관이던 '이왕직 아악부'가 터를 잡았던 곳이다. 1910년부터 우리 고유의 음악과 춤을 계승해 온 역사가 100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 재현된 셈이다.
운치 있는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휴게 공간 신선루에서 지하로 발걸음을 옮기면 140석 규모의 공연장이 나타난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공연장과 달리 스피커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인위적인 확성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어요. 공연자의 미세한 숨소리부터 악기 본연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설계했죠. 이곳에서 국악이 지닌 가장 순수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투어 프로그램 '돈화문 샅샅'을 진행하는 이도요 PD의 설명처럼 목새와 창호지로 마감된 내벽은 소리의 잔향을 조절하며 국악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한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밖으로 나가면 'ㄷ'자형 한옥 건물 중앙에 있는 국악 마당을 마주하게 된다. 공연이 열리면 왕이 걷던 길 위로 시대를 초월한 선율이 흐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장관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