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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단음악축제 <장단유희> 총감독 김소라
장지영


도드리장단, 타령장단, 굿거리장단, 세마치장단, 자진모리장단, 휘모리장단 등등. 한국 전통 음악에서 가장 독특한 특징으로 꼽히는 장단(長短)은 박자나 빠르기 등으로 달라지는 고유의 리듬 형태다. 음악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장구나 북과 같은 타악기의 고법(鼓法)으로 나타난다. 지난 2023년 시작된 <한국장단음악축제-장단유희>(이하 장단유희)는 장단의 본질과 잠재력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공연예술축제. 3회째인 올해는 지난 10월 24~25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과 야외마당에서 한국 장단 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장단유희>를 3년째 끌고 온 있는 인물은 김소라 총감독. 그는 장구를 통해 ‘한국 장단의 세계화’에 앞장서 온 대표적 타악 연주자이자 연희자 그리고 작곡가다. 2018년 정규 1집 앨범 <비가 올 징조>를 발매한 그는 같은 해 세계 최대 음악 박람회 워멕스(WOMEX)와 북미월드뮤직 서밋 문디알 몬츠리올(MUNDIAL MONTREAL) 공식 쇼케이스를 통해 유럽과 북미 월드뮤직씬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바 있다. 



 

그가 <장단유희>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투어가 중단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진 예술가들을 위해 온라인 예술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아트 체인지업’(Art Change UP)을 시작했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게 된 그는 선배 타악 연주자들의 영상을 만들다가 축제를 떠올리게 됐다. 

❝투어를 하다 보면 연주자로서 홍보 수단으로서 포트폴리오 영상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데요. 국악계 연주자 중에는 자신을 알리는 영상 콘텐츠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트 체인지업 지원을 받아 국악계 선생님들의 포트폴리오 영상을 만들어드리기 시작했는데요. 멋진 공간에서 연주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뮤직비디오처럼 영상에 담다 보니 오프라인으로도 공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제작하며 아꼈던 돈으로 2023년 9월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처음 축제를 열게 됐어요.❞

‘장단유희’라는 명칭은 원래 김소라 총감독이 국악계 선배 연주자들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 지은 것이다. 국악의 장단은 리듬이 정확하고 규칙적인 박자로 이뤄진 서양 음악과 달리 규칙과 변주, 질서와 즉흥이 공존한다. 이것이 장단 연주자들에겐 유희처럼 느껴지는 데서 떠올렸다. 나아가 장단으로 유희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아 축제 이름까지 장단유희로 정했다.

❝장단은 한국 고유의 예술 언어에요. 한국과 타악기 형태와 장단이 비슷하다는 인도 음악을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타악기인 타블라를 연주하는데, 매우 수학적인 리듬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음악은 타악기를 연주할 때 수학적인 계산이 아니라 연주자 개인에 따라 다르거든요. 선생님에게 도제식으로 배우면서 몸으로 리듬을 체득했기 때문인데요. 다만 요즘엔 리듬이 표시된 악보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그래서 타악 연주자들 사이에서 한번 모여서 장단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게다가 국악 축제들이 대부분 기악이나 판소리가 중심이기 때문에 타악 중신의 장단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장단유희를 시작하게 됐고, 명인부터 중견 그리고 신진까지 두루 참여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특히 명인 선생님들을 솔리스트(독주자)로서 관객에게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그동안 타악은 연희나 농악, 사물 등 단체적 성격이 강한 공연이 많아서 시끄럽게 느껴지거나 판소리나 산조의 반주를 맡아 뒤에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제가 타악 솔리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느낀 타악의 클래시컬한 매력을 대중에게 좀 더 알리고 싶었습니다.❞

2023년 첫선을 보인 장단유희는 반나절(6시간) 동안 3개의 메인 프로그램인 ‘장단 스테이지’, ‘장단 크리에이티브’, ‘장단 포커스’와 부대 프로그램인 ‘장단 토크토크’를 선보였다. ‘장단 스테이지’는 한국 장단 음악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고수(鼓手)들의 무대. 연희와 민속악 분야에서 장단을 휘저으며 즉흥과 변주를 넘나드는 명인들이 참여했다. 박안지 현승훈 조용수 박재천 등 타악 연주자와 가야금 연주자 임지혜, 소리꾼 민은경, 피아니스트 미연이 참여했다. 반면 ‘장단 포커스’는 신진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조명함으로써 장단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무대. 사물놀이 한맥과 타악 연주자 김강유 손주민이 올라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했다.


 

그리고 ‘장단 크리에이티브’는 장단 바탕의 실험적 창작 작품들을 통해 장단의 가치와 역할을 새롭게 해석하는 무대. 지휘자 박상후, 브리 스트링 콰르텟과 함께 장구 연주자이기도 한 김소라 총감독이 참여해 장구 콘체르토(협주곡)를 선보였다. 콘체르토는 원래 관현악단과 독주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의 한 형식이지만, 장구와 스트링 콰르텟의 협업을 통해 전통 타악을 영역을 넓히고 장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단 토크토크는 원래 3개의 메인 프로그램 사이에 무대 전환을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시간이야말로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너무나 적은 예산이었지만 동료들과 선생님들이 기쁘게 달려와 주신 덕분에 첫 ‘장단유희’는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당연히 이듬해에도 또 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 개인으로 받은 지원금을 가지고 열었던 축제였던 만큼 다시 예산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 축제로는 아직 연차가 안 돼서 지원 신청 자격이 안됐고요. 그러다가 2024년 5월, 서울남산국악당을 찾아가 공간만 제공하면 어떻게든 축제를 개최하겠다고 제안했고, 마침 8월에 비어 있던 20~21일 이틀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개런티를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드리는데도 불구하고 조명 감독님 등 기술 크루 선생님들이 도와주러 오셨어요. 다들 저랑 15년 가까이 작업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평소 국악에 대한 저의 신념이나 축제의 방향성에 공감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열린 제2회 장단유희는 김소라가 총감독을 맡고  KBS 국악관현악단 지휘자 박상후가 예술감독을 맡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다. 그리고 1회 때 호평받았던 프로그램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일반인 대상으로 장단을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장단 아카데미’를 추가했다. 

첫날 김소라 총감독이 진행한 ‘장단 포커스’에는 ‘컨템포러리연희 우수’와 ‘여성타악연희단 The 고온’ 등 두 팀의 재기발랄한 무대가 펼쳐졌고, 아쟁산조와 판소리 고법의 이수자이자 다양한 악기와 소리까지 잘하는 국악계의 재주꾼 김성근이 함께하는 장단 아카데미가 열렸다. 이어 둘째 날 ‘장단 크리에이티브’에는 ‘해금 앙상블 팀 레버리’, ‘가야금 앙상블 더 음’ 등 두 팀이 장단을 모티브로 색다른 음악을 들려줬다. 이어 장단유희의 하이라이트인 ‘장단 스테이지’에는 1회에도 참여했던 박재천 김소라 민은경과 함께 김복만, 정준호, 김태영, 김운석 등 국내 최고의 장단 고수들이 모였다. 이들은 개인의 기량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독주 무대와 장단으로만 이루어진 장단 시나위 무대로 객석을 들썩거리게 했다. 그리고 예술감독 박상후는 이날 장단 토크토크 진행을 맡아 예술가와 관객의 거리를 좁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듯 동료 예술가들과 힘을 합쳐 개최한 2회 장단유희는 1회보다 더 주목을 받았어요. 덕분에 서울남산국악당이 3회도 함께하자고 흔쾌히 제안을 해주신 데 이어 운 좋게도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축제 지원사업 중 유망예술축제로 선정됐습니다. 처음엔 떨어져서 3회도 사비로 치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뒤 연락이 와서 원래 선정됐던 한 팀이 포기하면서 예비 1위였던 ‘장단유희’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로서는 정말 기쁜 소식이었죠. 이후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어텀 페스타에 저희를 포함한 뒤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많이 도와주셨어요.❞

  

최근 열린 3회 장단유희는 기존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술가(단체)의 수가 늘었다. 첫날 박재천, 민은경, 듀오벗, 김소라, 현승훈 연희컴퍼니 등 장단유희의 주축인 예술가들이 선보인 개막공연이 펼쳐졌다. 이와 함께 야외무대에선 지난해 ‘장단 포커스’ 우수작이었던 ‘컨템포러리연희 우수’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올해 메인 프로그램인 ‘장단 포커스’에는 ‘타악 앙상블 마루’와 서우석 그리고 ‘연희스튜디오138’이 참여했고, ‘장단 크리에이티브’에는 ‘첼로 가야금’과 ‘아쟁앙상블 보우잉’ 그리고 이주항이 무대에 섰다. 마지막으로 ‘장단 스테이지’에는 박은하, 김복만, 윤호세, 신찬선, 이승호 명인 등 한국 장단 음악계를 대표하는 고수들이 모였다. 특히 올해는 야외마당에서 음악집단 태동, 하머, 자락이 참여하는 자유로운 ‘오프 스테이지’가 마련돼 경계 없는 무대를 선사했다. 

 ❝장단유희는 축제인 동시에 플랫폼입니다. 장단 음악의 공연은 물론 창작, 교육, 소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연예술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3회가 지나면서 연주자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하거나 작품을 창작 및 유통하는 곳으로 많이 인식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공연계에서 플랫폼 기능을 하는 축제나 마켓이 있으면 단체의 국내외 투어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물론 이제 걸음마를 뗀 만큼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멈추지 않고 지속하려고 합니다. 대부분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미래에 늘 불안함을 느끼는 장단 연주자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집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 

 

장지영
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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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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