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을 일컬어 우리는 대가 혹은 명인이라 부른다. 이들은 고된 훈련의 시간을 거쳐 스스로를 정련하며 현재의 위치에 섰다. 채상소고의 대표적인 춤꾼 김운태(金雲泰)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져왔다. 유랑농악단의 단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곳곳을 떠돌며 여섯 살 무렵부터 장과 장을 도는 포장극장을 전전했다. 포장극장에서 어렵게 살던 그에게 밥벌이의 비결은 박수였다. 박수를 받기 위해 춤을 추었고 공중에서 돌았다. 소고춤을 추는 소년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채상소고는 기예에 가까운 그저 놀이였다. 이러한 놀이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한국춤의 특성인 정중동(靜中動)을 부여해 전통예술로 우뚝 서게 한 춤꾼이 김운태이다. 그에게 춤은 ‘배움’이 아니라 ‘겪음’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시간을 들여 자연스럽게 겪음으로 완성된 김운태의 춤에는 생동감과 흥이 넘친다. 그의 공연이 2026년 새해를 연다. <김운태傳>은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연희단팔산대가 공동기획하고 진옥섭의 연출로 2026년 1월 15일(목)~25일(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펼쳐진다. 진옥섭은 현재는 담양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이전에 서울놀이마당 상임연출, 대전엑스포 놀이마당 총연출, 서울두레극장 극장장을 역임했고 KBS-굿모닝코리아 PD로 국악프로를 제작하는 등 새로운 판을 여는 데 전문가이기에 그의 연출력도 기대된다.

김운태와 연희단팔산대 이야기
김운태는 1963년 전라북도 완주에서 태어났다. 1969년 한 시절 전국을 들썩였던 여성예인단체 ‘호남여성농악단’ 단장이던 부친 김칠선의 영향으로 6세에 단체에 입단한다. 이듬해인 1970년 김제농악의 명인 백남윤 선생에게 소고춤, 부포춤을 배웠고, 중학교 때는 리틀엔젤스에서 연락이 와 영국왕실공연을 준비했지만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이력 때문에 비자를 받을 수 없었다. 1976년 제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농악부 장원을 했다. 19살에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입단했다.
당시 김덕수는 이광수, 김용배, 최종실과 함께 사물놀이로 유명세를 날리고 있었는데, 김용배가 빠진 자리에 김운태가 들어가면서 이후 북한 평양 윤이상음악제 초청 및 유럽 8개국 순회공연과 같은 중요행사에도 참여했다. 사물놀이 이광수와 우리에게 현재 잘 알려진 ‘민족음악원 노름마치’를 창단했고, 전통예술전용관 두레극장을 대학로에 개관하기도 했다. 1995년 서울두레극장에서 여성농악단 복원을 시도한 후 판굿의 세계화를 도모하고 있다. 1999년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 채상소고춤 출연 이후 '김운태류 채상소고춤'으로 명명되며 주목받았고 현재는 최고의 전통춤판에 초대되고 있다. 2012년 여수엑스포 전통마당 공연단장 및 예술감독을 지냈고 93일 400회 공연을 통해 신여성농악단 연희단팔산대를 창단하였다.

김운태가 창단한 연희단팔산대는 앞서 언급했듯이 신여성농악단이다. 단체명은 조선시대 거리축제였던 ‘산대(山臺)’에 두루 능통할 때 쓰는 ‘팔(八)’을 붙여 ‘연희단팔산대’라 칭하며 2011년에 창단했다. 판소리, 무용, 기악 등을 전공한 여성들이 합숙 훈련하여 2012년 여수엑스포 전통마당에서 93일 동안 하루 평균 4회의 공연을 펼쳐 팔산대 열풍을 일으켰다. 그 명성으로 영국 템즈 축제에 초청받았으며, 동경 초월극장에서 열린 <무천>에서 판굿을 펼쳤다. 이밖에도 스페인, 터키, 프랑스 등에서 공연했다.
특히 이태리 피렌체에서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팀’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그러나 전통은 외국에서만 언제나 격찬을 받기에 국내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제작한 공연이 2014년 <무풍>이었다. 이후 다양한 타악 연희를 발표하면서 대표 여성연희단으로 우뚝 섰다. 실험적 시도로서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과 협업하여 토속과 통속의 경계를 체험하고, 발레와 농악의 협업인 아리랑별곡을 공연했다. 2023년부터 재공연된 <무풍>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꽹과리에 장보미, 장구에 서자영, 북에 박보슬, 징·소고에 이희원이 활약한다.
김운태 채상소고춤의 미학
소고춤은 크게 채상소고춤과 고깔소고춤으로 나뉘는데 채상소고춤은 호남 좌도 지방에서 발달했다. 채상소고춤은 농악대의 소고잽이가 모자에 달린 상모를 돌리면서 추는 춤이다. 모자를 전립(戰笠)이라 하고 여기에 흰 띠를 달아 돌리는데 이것을 상모를 돌린다고 표현한다. 고깔소고는 모자에 종이꽃이 달린 고깔을 쓰고 소고를 들고 춤을 춘다. 그러나 채상소고는 모자에 달린 긴 끈을 돌리면서 몸 전체를 다양한 형태로 감싸는 여러 모양의 원을 그리며 그 선의 흐름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고를 치며 춤을 추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과 리듬감을 요구한다. 채상소고춤의 춤사위 특징은 앉은 채로 뜀뛰기를 하면서 채상을 돌리고, 쪼그리고 앉아 땅바닥에서 소고를 치기도 하고, 서서 춤을 추면서 끈을 밟지 않고 좌우로 움직이며 채상을 돌리다가 발로 소고를 치면서 사뿐히 내려앉는 등 머리끝에서 이어진 끈의 선과 신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우리 춤 중에서도 현란하고 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의 춤은 많게는 한 번에 40번을 도는데 처음에는 팽이처럼 돌다가 45도로 기울여서 ‘자반뒤집기’를 하고, 이어 발끝을 떼고 공중에서 도는 ‘두루걸이’가 삼단뛰기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그의 춤에서 엮은 것은 ‘틀’ 뿐이다. 그 틀 속의 춤은 매 순간 즉흥으로 빛나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춤추는 그 매 순간이 전통에서 새로움으로 거듭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공연현장의 기운과 에너지가 춤에도 반영되어 그 다양성이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표현된다. 여기에 어우러지는 반주가 더해져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은 본인만의 몸짓으로 전통춤의 새 지평을 열었다.
<김운태傳>의 관람 포인트
이번 <김운태傳>의 실제 구성은 다양하다. 첫 무대는 김운태와 연희단팔산대가 보여주는 비나리이다. 뒤를 이어 연희단팔산대가 보여주는 판굿, 김운태의 장구춤, 연희단팔산대의 구정놀이, 김운태의 춤의 독백, 영상, 연희단팔산대의 북춤, 하이라이트인 채상소고춤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중간의 영상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를 다루며 ‘상모 나고 김운태 났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김운태의 채상소고춤 핵심 포인트와 그 밖의 내용들을 통해 교육적 가치도 갖는다.
공연의 관람 포인트는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의 춤은 호남·영남·경기·충청 지역의 장단이 고루 살아 있어 가장 멋있고 뛰어난 소고춤으로 일컬어지며 즉흥성이 강하다. 또한 나이가 들면 소고춤만을 추는 경우가 많아지나 그는 아직도 공중에서 상모를 돌리며 뛰고 있는 현역의, 날것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그가 추는 장구춤, 춤의 독백과 같은 춤을 통해 장구·소리·몸짓이 교차하는 독창적 무대 언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창단한 여성농악단 연희단팔산대의 뛰어난 기량도 감상할 수 있다. 연희단팔산대는 기본은 고수하면서도 전통 농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선보이고자 노력하는 단체이기에 그 변화도 눈여겨보자. 마지막으로 김운태는 과거 전통연희가 오늘날처럼 관객들이 편안한 상태로 장소에 따라 변화 가능한 전통문화를 보고 즐기며 그 묘미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도 비췄다. 삶이 춤에 녹아내려 자연스럽게 몸에 배야 한다고 믿는 그의 철학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그는 큰 춤판에서 언제나 우선순위로 불리는 춤꾼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한 유랑의 채취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노름마치 춤꾼이자 전통공연 연출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뛰어난 연출력과 안목을 가진 진옥섭의 선택과 “어허! 저 허공중천을 보라”라는 문장으로 상징되며 현역으로 활동하는, 아직도 호모 노마드인 김운태의 춤이 어떻게 맞물려 대가와 대가의 만남을 통해 훌륭한 작품으로 구현될 것인지 주목해보자. 끝으로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더욱더 우리의 전통문화가 우수한 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그 중앙에 김운태의 채상소고춤과 연희단팔산대의 공연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를…
2026 돈화문커넥트 <김운태 傳>
일시 : 2026. 1. 16(금) ~ 1. 18(일), 1. 23(금) ~ 1. 25(일) / 평일 19:30, 주말 17:00
장소 : 서울돈화문국악당
문의 : 02-3210-7001
| 장지원 | |
| 장지원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에서 박사까지 학업을 마쳤고, 2006년 춤과 사람들 주최 평론상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무용평론가로서 꾸준히 활동하며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구술채록과 아카이빙 작업에도 참여했다. 현재 춤과 사람들 필진, 웹진 댄스포스트코리아 편집주간 및 필진으로 활동하며 주 관심사는 국내외 컨템포러리댄스이다. jiwon69@hanmail.net |
| 장지원 |
| 장지원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에서 박사까지 학업을 마쳤고, 2006년 춤과 사람들 주최 평론상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무용평론가로서 꾸준히 활동하며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구술채록과 아카이빙 작업에도 참여했다. 현재 춤과 사람들 필진, 웹진 댄스포스트코리아 편집주간 및 필진으로 활동하며 주 관심사는 국내외 컨템포러리댄스이다. jiwon6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