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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山:門 2025 가을
CHOICE
초이스┃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이 시대의 예술”
서울남산국악당 <2025 남산컨템포러리-전통, 길을 다시 묻다>
장수홍


‘전통예술은 동시대 살아있는 예술로 확장 가능한가?’ 전통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서울남산국악당 대표 브랜드 공연 ‘남산컨템포러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모여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현장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원일, 김재덕, 카입, 앙상블 시나위, 박경소, 잠비나이 등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무용, 미디어아트, 연극과 영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탐색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서울남산국악당은 한국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융합을 시도하며, ‘남산에 담는 이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남산컨템포러리를 5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에 올해 11월 2025 남산컨템포러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서령과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 차진엽, 거문고연주자 심은용, 그리고 소리꾼 권송희를 만나보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서령에게 묻다

-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남산컨템포러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다.              남산컨템포러리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남산컨템포러리는 전통예술이 문화유산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살아 있는 예술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전통, 길을 묻다>라는 부제도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전통이라는 주제로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어떤 여정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기획자로서의 바람을 담아 시작한 작업입니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뭔가 새로운 실험과 도전들이 있었으면 좋겠고, 경계를 넘어가는 조금 더 확장성을 갖는,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올해 다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소감은 어떠한가? 

“남산컨템포러리를 기억해주고, 다시 소환해줘서 정말 기뻤어요. 그리고 정말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2025년의 컨템포러리는 어떠해야 하지? 오늘날의 남산컨템포러리는 어떠해야 할까? 이미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이전의 5년보다 굉장히 급박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5년이었잖아요. 그때부터 머리가 굉장히 복잡했어요. 그런데 어디를 가든 메모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오늘 이 시대, 전통예술을 우리는 어떻게 상상하고 있고, 꿈꾸고 있고, 만들어가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질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고, 다시 한번 처음에 했던 그 질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재소환하는 프로젝트라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텐데,                   이번 아티스트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떠올랐지만, 10년 전에 못다 이룬 꿈이 있었던 세 아티스트가 그림처럼 겹쳐지면서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그리고 여러 키워드를 메모해 봤는데 교집합으로 연결되는 것들을 발견하면서, 우리가 같은 고민을 하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다시 만나 각자의 예술적 성장과 시대적 감각을 바탕으로 ‘지금의 전통’을 새롭게 묻고자 합니다. 전통은 단순한 복제나 보존의 대상이 아닌, 오늘의 삶과 예술, 기술, 환경, 여성성과 연결되는 살아있는 언어에요. 이번 프로젝트는 ‘사용되는 전통’, ‘살아있는 전통’을 새롭게 상상하고 실험하려 합니다.” 

 

 - 2025 남산컨템포러리는 어떤 구성으로 진행될 예정인가?

“다이얼로그 퍼포먼스 기반의 유기적 옴니버스 구성으로 각자 독립적인 작품을 시작하지만, 상호 교감을 통해 다른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작업에 밴드 이날치의 베이시스트이자 부클레 연주자 정중엽 씨가 사운드 디자이너로 참여하여 소리 감각을 확장시켜줄 예정이고요.”  

 

 


안무가 차진엽×연주자 심은용×소리꾼 권소희에게 묻다 

- 솔리스트 작업에서 집중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만의 리듬을 갖고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호흡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요즘 한국 춤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움직임이 어떻게 아름답게 이어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이런 자연스러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좀 더 세상과 연결이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있구나, 내 주변에서 움직이는 것들과 나는 연결되어 있구나, 라는. 한국 춤이 그러한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어떤 춤으로 무엇을 표현한다기보다는 그런 태도나 어떤 접근 방식이냐가 저에게는 더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내가 내 몸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내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지, 어떻게 거스르지 않고 더 잘 연결할지, 그래서 저는 그 공간을 열심히 탐색하고 싶고 그 공간이기 때문에 출 수 있는 춤을 추고 싶어요.” (차진엽)

차진엽은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폐회식, 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 서울시발레단의 <백조의 잠수> 등에서 비중 있는 안무를 맡아, 장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몸의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다. 

탐구하고 사유하는 안무가 차진엽(Collective A의 예술감독)은 나다운 춤, 자신의 춤을 찾기 위해 몸의 언어에 집중하고 있다. 자기만의 춤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춤을 배우고, 명인의 삶을 관찰하고, 함께 하는 아티스트들과 깊은 대화를 통해 삶의 태도를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통, 호흡, 내면에 집중하며 그려내는 차진엽은 이야기(춤)로 아티스트와 관객을 이어주는 매개자로 시공간의 감각을 깨우는 순간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 

 “즉흥 연주를 하면서 나의 음악스타일, 나의 소리를 조금 더 확실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거문고 소리의 본질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거문고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음의 길이가 짧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틈과 틈 사이를 중시하려고 해요. 음과 음 사이 공백이 소멸이 아니라 울림으로 퍼져 나가서 그 소리가 사라져도 그 여운은 남아 우리를 감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번 솔로 무대에서는 거문고 소리의 본질을 보존하면서, 변형되고, 음악적·음향적으로 확장되는 소리와 에너지를 담아내려고 합니다.”         (심은용)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 거문고연주자 심은용은 연극, 무용, 영상,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경계 없는 협업 작업을 통해 예술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잠비나이에서의 활동이 도전과 실험의 장이었다면, 국립현대무용단 , <덕수궁프로젝트 with 현대미술작가 윤석남>, 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는 타 장르와의 협업과 개인 창작 활동을 통해 여성, 인권 등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면의 소리를 탐구하며 예술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심은용은 거문고와 엠비언트 사운드를 기반으로 놋다리밟기, 여성놀이의 음악을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감각을 확장하는 음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성 민요와 자장가 그리고 기억의 소리를 가지고 오래 호흡을 맞춘 정중엽 씨와 함께 부클라 사운드로 재구성한 퍼포먼스를 합니다. 아이를 낳고 인간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도 조금 더 넓어지더라고요. 제가 계속 불렀던 흥보가, 판소리 속 엄마에 대한 캐릭터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면서 인류애적으로 너무 짠했어요. 조선 시대에 왜 이런 캐릭터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힘으로 계속 불리었는지 좀 더 알게 됐어요.” (권송희)

권송희는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에 한국음악의 매력을 전파한 밴드 ‘이날치’의 원년 멤버이자 신진 아티스트의 등용문 국악방송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음악감독, 국극을 예술시장으로 소환시킨 드라마 <정년이> 소리감독 등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탐구하는 21세기 대표 소리꾼이다. 권송희는 스스로 ‘21세기 소리꾼’이라고 칭하며, 전통에 머물지 않고, 전통 판소리를 오늘의 음악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페미니즘 시선으로 바라본 춘향, 억압된 사회에 강요받는 사회적 약자 심청이 권송희의 20~30대 예술세계를 담아냈다면,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권송희가 바라보고 해석한 2025년 여성은 어떤 모습일지, 권송희의 노래가 기다려진다.

 


 

- 다른 세계, 다른 감각을 마주하는 시간이 협업이 아닌가 싶다. 각자 다양한 장르와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협업하거나 협업을 지속하는 아티스트는 그냥 제가 그 사람을 존경하고 그 사람의 생각과 취향, 음악적, 예술적 감각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뢰와 믿음,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좋은 협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질문을 통해서 또 뭔가를 탐구하고 그러면서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예상치 못한 어떤 질문들이 생기면서 다른 세계를 경험할 때 사실 저는 굉장히 흥미로움을 느끼거든요.” (차진엽)

  “협업이라는 작업은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서로 적응하고 알아가는 과정 안에서 자극받고, 그것을 통해 내가 놓치고 갔던 부분들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그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좀 다를 것 같아요. 10년 전에 함께 시작한 공연이 아쉽게 취소됐지만, 10년 동안 저희는 감사하게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좋아하고,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은 두 분과의 작업이라 뭔가 더 기대가 됩니다.” (심은용) 

  “오랜만에 하는 협업 작업이에요. 협업은 진짜 쉽지 않아요. 함께 하는 사람, 기획 의도, 나의 상황, 기간에 따라 작업이 괴로울 수도, 행복할 수도 있는 작업 같아요. 그런데 이번 작업은 정말 좋아하는 분들과 언젠가 함께 하고 싶었던 작업이라 너무 설레요.” (권송희) ​ 

 

남산컨템포러리는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그대로 올리는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의 무대가 아닌, 질문하고 묻고 답하기를 거듭하며 공연을 완성해 가는 협업의 무대이자, 그들의 고민과 상상력으로 도전하는 현장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여성, 전통, 원형, 자연, 내면 등 교집합이 많은 세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서로에게 어떤 자극이 파장이 되어 발현될지 궁금해진다.

우리의 일상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낯선 경험과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나의 감각을 더 성장시키는 것이 아닐까? 남산컨템포러리가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5 남산컨템포러리 - 전통, 길을 다시 묻다

  • ​일시 : 2025. 11. 13~14(목·금) 19:30
  • 장소 :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 문의 : 02.6358.5500
장수홍
국악방송 라디오 피디로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며, 변화하는 음악과 공연예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시도와 실천에 관심을 갖고 방송과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수홍
국악방송 라디오 피디로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며, 변화하는 음악과 공연예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시도와 실천에 관심을 갖고 방송과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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