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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山:門 2025 가을
PEOPLE
피플┃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보이는 것
윤슬바다학교 박경소 대표
최윤우


무더운 날씨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때아닌 폭우가 내리는 일이 반복되던 올해 여름은 말 그대로 기후 위기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체감하게 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기후 위기가 중요한 화두로 인식되고 있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같은 선상에서 문화예술계 역시, 이전보다는 더 명확한 주제와 형식, 이야기를 통해 지구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예술 활동을 통해 공유하고, 작은 실천 방식을 고민하는 프로그램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7월 5일부터 26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된 ‘우리가족 국악캠프’에서 체험형 국악 프로그램을 운영한 윤슬바다학교 박경소 대표 역시, 이러한 환경 변화의 심각성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 방식을 예술적 활동을 통해 소개해 왔다. 특히, 이번 국악당 프로그램에서는 국악과 해양환경을 주제로 한 <윤슬 가야금>, <바다 사자춤>을 주요 콘텐츠로 시민들을 만났다. 

바다에 버려진 해양쓰레기를 재료로 재활용하여 악기와 탈을 만들고, 참여자가 직접 연주하고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국악 예술의 흥미로움을 제시한 프로그램에서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한 번 더 고민해 보는 시간으로 의미를 더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확장할 수 있는지, 예술은 어떤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지, 가야금 연주자이자 윤슬바다학교 대표인 그의 시선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궁금했다. 

 

예술가의 시선과 방식으로

2022년 설립된 윤슬바다학교는 설치미술 작가인 양쿠라 작가와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 대표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시각, 음악, 문학,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연주자로 다양한 활동을 해오던 시기, 해양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풀어내며 활동하고 있던, 이제는 부부의 연을 맺은 양쿠라 작가를 만나면서 윤슬바다학교가 설립됐다.

 ❝윤슬바다학교는 해양환경, 더 나아가서는 기후 변화 그리고 생태 변화,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인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 예술가의 시선과 방식으로, 우리의 삶의 아주 작은 곳부터 실천을 고민하는 단체에요. 예를 들어 ‘환경’ 하면 처음 드는 생각이 에코백을 들어야겠다,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겠다, 플라스틱을 쓰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것도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내 스스로 내 주변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거기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내가 사는 지구를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이제 소개하고 나누는 그런 단체라고 할 수 있어요.❞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갈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윤슬바다학교가 터를 잡은 대부도에 몰려들었다. 캠핑과 차박 열풍이 불던 시기, 섬마을이었던 대부도에는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말로 하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렇게 시작된 것이 캠핑을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버스킹이었다. 

❝그분들한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분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나누면 좋지 않을까, 우리가 예술가이기도 하고, 또 양쿠라 작가가 이미 그런 활동을 해오고 있었고요. 2022년 공공지원을 받아서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 만들어진 게 ‘윤슬 가야금’ 수업이었어요. 이후 윤슬바다학교로 이름을 달고 창작 레지던시를 하기 시작했죠. 이전에는 창작자들에게 해양환경에 대한 주제로 작업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구성원이 조금 갖춰져서, 내부적인 워크숍도 진행하고, 이렇게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확장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이라는 것

‘우리가족 국악캠프’는 2022년부터 진행된 서울남산국악당의 대표적인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최근 남산국악당에서도 ESG 경영과 관련한 실천 방식에 대해 고민해 왔고, 동시에 국악 분야의 관객 개발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요한 화두였던 시기, 우연한 기회에 윤슬바다학교의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경험을 나누던 계기가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저희가 프로그램을 해보면 아이들이 더 관심 있어 해요. 최근에 개정된 초등학교 교과서를 봐도 모든 교과 과정에 ‘지속 가능’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 정도로 지금 아이들은 성인들보다 기후 변화와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국악 분야에서 그걸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국악당에서 관심을 주신 거죠. 때가 맞았다고 해야 하나(웃음). <윤슬 가야금> 같은 경우는 3년째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바다 사자춤>은 이번에 새롭게 개발을 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참여자들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국악계에서는 환경을 주제로 한 공연이나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희도 아직 프로그램을 더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수업을 해보니까 국악을 미리 알고 오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냥 탈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 만드는 것을 검색하다가 처음 온 가족들도 있었어요. 어쩌면 국악이나 전통 예술을 잘 알지는 못해도, 그 주제가 맞아떨어진다면 국악당에 첫걸음을 하게 되는 기회가 되는 거잖아요. 사실 기후 변화나 환경에 대한 인식도 이런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나면 이전보다 더 많이 알아보는 기회가 되는 거죠.❞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중요한 예술적 언어로 활용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또 다른 측면에서 지속성은 자생력이라는 말과 맥을 같이하며, 예술단체의 고유한 창작 방식의 개발과 활동성을 요구하는 말이 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속 가능’이라는 말이 더 광범위한 사회적 언어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또 다른 의미에서 예술가에게 지속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근간은 결국 작품성이다.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윤슬바다학교에서 앨범을 낸 것도, 싱글앨범을 낸 것도 제 방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러한 문제의식이 함께 공유되고 확장되려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작품이 좋아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어떤 주제와 소재, 배경과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 작품성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저희도 워크숍 할 때는 참여자들의 실천을 끌어내는 것이니까, 결과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양쿠라 작가나 제가 개인적으로 전시나 공연을 할 때는 결국 작품성이거든요. “윤슬 가야금 캔으로 연주했는데 이런 소리가 난다고?” 이런 반응들이 있어야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게 다가오지 않나, 결국 예술가들은 작품으로 얘기해야 하니까요.❞

 

응원과 위안, 또 다른 활동의 씨앗

예술가의 활동은 시절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한다. 아니 어쩌면 변화무쌍하게 진화해야만 하는 것이 예술적 숙명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에서 여전히 고민스러운 지점 중의 하나는 그런 활동이 어떤 의미를 담아가고 있는가 하는 객관화된 시선이다.  

❝윤슬바다학교는 현재, 공공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도 자생할 수 있는 활동을 위해 노력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웃음). 무엇보다 저희가 이번에 남산국악당을 통해서 <바다 사자춤>이라는 걸 처음 개발하게 하게 됐잖아요. 또 워크숍을 위해서 국악당에서 만든 여러 홍보물이 있는데, 그걸 다 수거해서 그걸로 또 다른 악기를 만들 거예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작업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국악방송에 한번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 PD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덕분에 국악계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고. 그런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나, 응원이 또 되더라고요(웃음). 생각해 보면, 기후 변화와 우리 국악 전통 예술을 엮는 작업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또 다른 위안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또 다른 일들을 도모하고 싶은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계속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우리 식구들과 더 재밌는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해양쓰레기로 떠밀려온 부표와 그물을 엮어 한땀 한땀 탈을 만드는 어린이들과 그것을 도와주는 부모님들의 시선이 흥미롭다. 아이보다 부모가 더 열심히 만들기를 해야 하는 이들도 있고, 본인이 만든 탈에 지어준 이름을 발표하기 부끄러워하는 아이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만들어진 탈을 쓰고 탈춤을 배우는 순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만의 한바탕 춤이 유쾌한 소리와 함께 그려진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윤슬바다학교가 그려낸 풍경은 이전에 국악당에서 쉬이 만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는 무대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영글지 않아 조금 더 깊은 뿌리내리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늘 새로운 움직임은 흥미롭고 재밌다.​ 

 

최윤우
월간 <한국연극>, 웹진 <연극in> 편집장을 지냈다. 연극평론가이자, 새움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공연예술축제 기획 및 예술 정책연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윤우
월간 <한국연극>, 웹진 <연극in> 편집장을 지냈다. 연극평론가이자, 새움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공연예술축제 기획 및 예술 정책연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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